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 협상 타결을 전제로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HEU)을 공동 회수해 폐기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에는 강력한 군사 타격으로 이란군을 무력화한 뒤 무단으로 우라늄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이란과 종전 담판을 매듭짓기 위해 강온 양면 전략을 동시에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진행된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이란 종전 협상 조건을 공개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위태로운 휴전 상태에서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핵심 쟁점은 우라늄 처리 방식과 자산 동결 해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무기 원료 처리 방안을 두고 "우리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로 합의한다면 우리는 모두 함께 갈 것"이라며 "현장에서 폐기하든 다른 곳으로 옮겨 폐기하든 우리가 그것을 반출해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군사력으로 매우 강하게 그들을 타격할 것"이라며 "그렇게 한 뒤에야 들어갈 것이고, 어느 쪽이든 우리의 안전은 보장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 불발 시 이란을 선제 타격해 우라늄을 강제 회수하겠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6월 5일 에어포스원을 타고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모리스타운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이 요구하는 동결 자산 우선 해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전 제재를 해제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건 그 이후의 문제"라며 "그들이 제대로 행동하고,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때부터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제재로 묶인 1000억달러 규모 해외 자산 중 절반가량을 합의 직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은 자금 동결 해제를 양국 간 "신뢰의 시험대"로 규정하며 "협상은 교착 상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협상이 "매우 근접해 있다"면서도 이란이 핵무기를 직접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매, 조달, 획득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조항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당초 해당 조항 삽입에 반발했으나 결국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군 창설 성과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시설 감시와 관련해 "우리는 우주에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며 "누군가 그곳에 걸어간다면 그의 옷깃에 적힌 이름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동 지역에 전개된 5만명 규모 미군 병력 철수 가능성에 대해선 "철군은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며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미군을 거기에 둘 것"이라고 했다. 미군 병력을 이란을 압박하는 협상 지렛대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개전 초기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를 이은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신임 최고지도자와 직접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개전으로 "새로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대선 공약을 스스로 깼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나는 끝없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으며 이것은 끝없는 전쟁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대선 당시 발언을 두고 "나는 아무것도 약속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경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이란을 막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입장이다. 그는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기름값은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