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로 시작된 대이란 군사작전이 7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은 가운데, 살얼음판 같던 휴전 상태마저 양측 무력 충돌로 깨지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전면 지상군 투입을 꺼리는 미국과 무인기(드론)를 앞세운 이란은 서로 국지적 타격을 주고받으며 확전과 휴전 갈림길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시각) AP와 CNN, 폭스뉴스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날아오던 이란 공격용 무인기 4대를 격추했다. 이어 쿠웨이트와 바레인을 겨냥해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7기 중 6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요격 후 즉각 보복 작전을 펴 이란 고루크와 케슘섬 해안에 설치된 감시 레이더 기지 여러 곳을 타격했다. 미군은 "이란 무인기가 해상 교통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해 방어 차원에서 레이더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4일 테헤란에서 이란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지지하고 이드 알 가디르를 기념하는 집회에 참석한 이란인들이 케이바르 미사일 조형물 옆에 서 있다. /연합뉴스

이란은 이번 미군 폭격이 "명백한 휴전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혁명수비대가 미군 병력이 대규모로 주둔 중인 쿠웨이트 알리 알 살렘 공군기지와 바레인 주둔 미 해군 5함대를 표적으로 삼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피격당한 자국 레이더 시설은 국경을 철통같이 보호하고 국제 수역 항행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방어 자산이었다고 항변했다. 상대방을 향한 강도 높은 무력 도발이 재개되면서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열린 첫 대면 협상 이후 간신히 유지되던 잠정 합의는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백악관은 섣부른 타협은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애나 켈리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거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긋는 레드라인은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농축 우라늄을 우선 파기해야만, 경제 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미 재무부는 걸프 지역 동맹국들이 입은 전쟁 피해 복구를 돕는다는 명목 아래 해외에 묶인 이란 동결 자금 240억달러를 압류해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황이 꼬이면서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중재국 발걸음도 더 분주해졌다. 파키스탄 모신 라자 나크비 내무장관은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전격 방문해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등 최고위급 인사들을 연쇄 회동했다. 그간 종전 협상을 막후에서 주도하던 카타르는 뒤로 빠지고, 1차 휴전 협상 중재국이었던 파키스탄이 다시 전면에 등판할 만큼 중동 외교전은 요동치고 있다. 걸프 주변국들은 확전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파키스탄이 새롭게 제시할 평화 중재안이 굳게 닫힌 종전 협상 출구를 열어 젖힐 열쇠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