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해협 운항 제한이 4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석유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수주 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현지 시각)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석유 업계 임원 4명을 인용해 "석유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세계 석유 시장에 큰 공급 공백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재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향후 몇 주 안에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업계 경영진들이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에너지 업계 간 진행 중인 협의 과정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내각 인사들에게 이러한 우려를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부 측에 "원유 재고가 이미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며 "6월 중·하순에 닥칠 상황에 대해 정부 최고위층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저장 탱크 바닥이 드러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엑슨모빌의 닐 채프먼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28일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전례 없이 낮은 원유 재고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며 "재고가 역사적 저점에 도달할 경우 브렌트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150~16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석유업계 임원은 폴리티코에 "트럼프 행정부도 채프먼의 경고를 이미 인지하고 있다"며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7월 4일 독립기념일 연휴의 휘발유 가격이 지금보다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더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 장기화로 미국의 원유 재고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원유 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미국의 전체 원유 및 석유제품 재고(전략비축유 포함)는 전주 대비 1060만 배럴 감소한 15억700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 5월 이후 약 2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원유 재고 감소로 유가도 전쟁 이전보다 크게 오른 상태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4일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26달러로, 전쟁 발발 이전보다 1.28달러 상승했다. 몇 주 전 기록했던 갤런당 약 4.50달러보다는 다소 안정됐지만, 재고 부족이 심화될 경우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S&P 글로벌 에너지의 부사장이자 글로벌 원유 연구 책임자인 짐 버크하드는 "놀라운 점은 지금까지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전 세계적인 재고 완충 효과 덕분"이라며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베네수엘라 등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는 한편, 외국 선박의 미국 항구 간 석유 운송을 허용하는 존스법 유예 조치도 연장했다. 또 호르무즈해협이 최종적으로 재개방되면 유가가 2월 수준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에너지 참모진은 단기적인 시장 혼란 가능성을 예상하고 이를 미국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 왔다"며 "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 계획도 시행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