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가 법률 용어에서 '어머니(mother)'와 '아버지(father)'를 삭제하고 각각 '임신·출산하는 부모(gestating parent)'와 '임신·출산하지 않은 부모(non-gestating parent)'로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주 의회는 최근 가족법과 아동 양육 관련 법률에 사용되는 부모 호칭을 성중립적 표현으로 바꾸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민주당 소속 루이스 세풀베다 상원의원과 에이미 폴린 하원의원이 발의했으며,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서명만 남겨 두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법률상 '어머니'는 '임신한 부모', '아버지'는 '비임신 부모' 또는 '부모'로 대체된다. 친부 확인 절차를 의미하는 '친자 확인(paternity)' 역시 '부모 관계 확인(parentage)'으로 바뀐다. 지금까지 '추정 아버지(putative father)'로 불리던 용어도 '추정 부모(alleged parent)'로 변경된다.
법안을 둘러싼 논쟁은 즉각 정치권으로 번졌다. 공화당 소속 브루스 블레이크먼 뉴욕주지사 후보는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엄마'와 '아빠'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족의 언어를 지우고 있다"면서 "이 같은 광기는 내가 주지사가 되면 끝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주 보수당 대표 제러드 카사르 역시 "예산안 처리도 두 달 가까이 늦어진 상황에서 의회가 이런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루고 있다"며 "뉴욕 정치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뉴욕포스트에 "이 법안을 표현할 단어는 '불필요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이번 개정이 변화한 가족 형태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법안 설명서에는 동성 부부와 대리모 출산이 늘어난 현실에 맞춰 법률 용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다. 입양 전문 변호사 레슬리 실버 호프먼은 "뉴욕에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는 가정도, 두 명의 어머니가 있는 가정도 있다"며 "전통적인 가족 개념만을 전제로 한 법률 용어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한 세풀베다 의원도 "현행 판례와 기존 법 체계에 맞추기 위한 정비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뉴욕주가 최근 수년간 추진해 온 성중립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주는 2023년 법률과 규정에 성중립 대명사 사용을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18년에는 출생증명서에 남성·여성 외에 제3의 성별인 'X(논바이너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