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텅스텐 수출 통제로 일본 제조업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산 폐(廢) 텅스텐 확보와 원재료 재활용 설비 투자 확대에 나서는 등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의 4월 중국산 텅스텐 관련 제품 수입량은 올해 월평균 대비 50%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63%에 달한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 기준으로 올해 2~4월 일본향 텅스텐 수출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닛케이아시아는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중국의 대일(對日) 텅스텐 수출이 '0'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텅스텐은 자동차와 항공기 부품 가공에 사용되는 산업용 절삭공구의 핵심 원료다. 반도체와 전자장비, 포탄·미사일 등 군수 산업에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광물이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텅스텐 공급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어 주요 제조업 국가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희소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1월 군민양용(dual-use) 규정을 근거로 일본 대상 수출 제한을 강화한 데 이어, 2월에는 텅스텐을 포함한 희소금속 5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우려가 일본 제조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지난 4월 산업용 절삭공구용 텅스텐 부품 가격을 6월 주문분부터 최대 3배 이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스미토모전기공업의 이노우에 오사무 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중국으로부터의 텅스텐 조달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밝혔다. 스미토모전기공업은 과거 절삭공구 생산용 원재료의 약 30%를 중국산에 의존해 왔다.
절삭공구 업체 NS툴은 텅스텐 가격 급등에 따라 2027년 3월 실적 전망 제시를 보류했다. 회사 측은 "지난 1년간 텅스텐 가격이 약 7배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절삭공구 업체 OSG 역시 유럽 등지에서 조달을 늘리고 있지만 원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대응책으로 텅스텐 재활용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 쓴 절삭공구 등에서 텅스텐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미국산 폐텅스텐 수입량은 지난 3월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급증했다. 4월 들어 수입량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산 폐텅스텐 의존도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등으로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재활용 설비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일본과 유럽의 텅스텐 재활용 설비 확대를 위해 약 100억엔(944억3500만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4년 인수한 유럽 업체의 생산 능력을 40% 확대하고, 일본 아키타현 설비 처리 능력도 2028~2029년까지 두 배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스미토모전기공업 역시 159억엔(1501억5165만원)을 투입해 일본 내 재활용 공장을 신설하고 텅스텐 공급 능력을 약 50%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는 2028회계연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