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의 투과전자현미경(TEM) 사진. /미 CDC

에볼라 바이러스 발원지로 꼽히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최근 집단발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민주콩고 내 위험 수준을 '매우 높음'으로 올렸고, 미국 등 각국은 입국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AP·AFP통신 등은 24일(현지 시각) 민주콩고 언론홍보부 집계를 인용해 이번 에볼라 집단발병 관련 의심 환자가 867명, 사망자가 204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확진자는 91명이며, 사망자 가운데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0명이다.

발병 지역은 민주콩고 북동부 이투리주와 북키부주, 남키부주 등 3개 주다. WHO는 지난 22일 민주콩고 내 에볼라 의심 사망자를 177명으로 발표했는데, 하루 만에 27명이 더 늘어난 셈이다.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현지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민주콩고의 국가적 위험 수준을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상향했다.

주변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 보건 전문기구인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아프리카CDC)는 민주콩고와 우간다뿐 아니라 앙골라, 부룬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공화국, 에티오피아, 케냐, 르완다, 남수단, 탄자니아, 잠비아 등 주변 10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프리카CDC는 주민 이동이 잦고 치안이 불안정한 점이 확산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봤다.

민주콩고 내부 혼란도 커지고 있다. 동부 몽그왈루에서는 지난 22일 밤 주민들이 국경없는의사회가 설치한 천막 진료소에 불을 질렀다. 당국의 통제 조치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근 르왐파라 마을에서도 가족 시신 수습을 금지당한 주민들이 진료소 텐트에 불을 질렀다.

두 번째 공격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환자들이 불길을 피해 뛰쳐나오는 과정에서 에볼라 의심 환자 18명이 사라졌다고 현지 의료진은 밝혔다.

확산 시점이 기존 발표보다 빨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IFRC)은 이투리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자원봉사자 3명이 지난 5~16일 사이 숨졌고, 이들이 지난 3월 27일쯤 몽그왈루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콩고 보건당국은 이투리주에서 4월 말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인접국 우간다에서도 확진자가 늘었다. 앞서 확진자 2명 중 1명이 숨진 데 이어 3명이 추가로 확진돼 누적 확진자는 5명이 됐다. 우간다 보건부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 가운데 2명은 우간다 국민이다. 이번 유행에서 우간다 국민 확진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우간다인 확진자 1명은 최초 확진된 민주콩고인을 태웠던 차량 운전자이고, 다른 1명은 보건 종사자다. 나머지 신규 확진자 1명은 민주콩고에서 전세기를 타고 우간다 수도 캄팔라의 민간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받은 민주콩고인 여성이다. 우간다 당국은 이 여성과 접촉한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다.

각국은 에볼라 유입 차단에 나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워싱턴덜레스 국제공항에 이어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도 에볼라 검역 강화 공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최근 3주 안에 민주콩고, 우간다, 남수단에 머문 사람은 에볼라 검역 공항으로만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공항에서는 항공기 내 질병 상태 보고와 입국 후 모니터링 등 강화된 방역 조치가 이뤄진다.

앞서 미국은 에볼라 확산 지역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했다. 영주권자라도 확산 지역 방문 이력이 있으면 미국 재입국을 제한했다.

영국은 에볼라 발생 국가에서 들어오는 여행객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감염 지역으로 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보건부도 국경 감시를 강화하고 의심 환자를 신속히 격리·치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보건기구들은 초기 검사에서 높은 양성률이 확인됐고 의심 환자도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실제 감염 규모가 공식 집계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