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체제 붕괴를 목표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이란은 앞으로 최소 3~4개월 동안 미국의 해상 봉쇄를 견딜 수 있으며 정권의 '돈줄'인 석유 수출도 비밀리에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이 붕괴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주장과 달리, 이란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난 6일 이란 테헤란의 발리아스르 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반미 광고판 앞에 이란 국기가 보이고 있다. / EPA=연합

7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를 최소 3~4개월은 버틸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관리 4명을 인용해 "이란은 그 이후에야 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전쟁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란의 이동식 발사대와 미사일 보유량은 각각 기존의 75%, 7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이란 정권이 지하 저장 시설 대부분을 복구·재가동한 데다 손상된 미사일을 수리했으며, 전쟁 발발 당시 거의 완성 단계에 있던 일부 신형 미사일의 조립까지 마쳤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란에 대해 "그들의 미사일은 사실상 대부분 파괴됐다"며 "아마 18~19% 정도만 남아 있을 텐데, 과거와 비교하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 경제에 대해서도 "붕괴되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군인들에게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정보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전쟁 국면에서 이란이 미사일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드론 전력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군 정보기관에서 이란을 담당했던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이란이 작은 창고나 은폐가 쉬운 시설에서도 드론을 생산할 수 있다며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드론 한 대만 있어도 아무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보험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CNN 방송도 미 정보당국을 인용해, 미국의 폭격 이후에도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절반가량과 수천 대의 편도 공격용 드론이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대이란 해상 봉쇄 역시 이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P는 위성사진과 선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지난달 오만만 해역 봉쇄를 시작한 이후 최소 13척의 유조선이 인도네시아 리아우 제도 인근 해역에서 은밀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이란산 원유를 하역했다고 전했다.

미 유조선 추적업체 탱커트래커스에 따르면, 약 13척의 선박이 총 2200만 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를 하역했으며, 이는 현재 시세 기준으로 20억 달러(약 3조억원) 이상의 가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WP는 "봉쇄 조치로 인해 이란산 원유의 신규 선적분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는 것은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미 해상에 나와 있는 원유가 중국 등 다른 시장으로 향하는 동안, 이러한 지속적인 환적을 통해 테헤란이 일시적으로나마 자금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육로를 통한 새로운 석유 밀반출 경로도 이란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란이 중앙아시아를 경유해 철도로 석유를 운송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유가 상승 압박 속에서 조기 종전을 원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