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각국 선박들의 탈출을 지원하겠다며 전날 개시한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작전을 불과 하루 만에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해협에 발이 묶인 약 1600척 선박의 안전 운항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이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4일 오전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이 "이러한 제한 수로에서 선박들을 안전하게 안내할 것"이라며 이를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전 개시 하루 만인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이란 대표들과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파키스탄 등 여러 국가의 요청과 대이란 군사작전에서 거둔 성과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프리덤은 시작 단계부터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란의 공격 위협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교정책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선임연구원이자 군사 분석 책임자인 제니퍼 카바나흐는 미 CNBC에 "이 프로젝트는 운송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선장과 해운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기를 꺼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이 프로젝트 프리덤을 개시한 당일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두 척에 불과했다. 덴마크 해운 대기업 머스크가 자회사 중 하나가 운영하는 미국 국적 차량 운반선이 미군 보호 아래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힌 정도였다. 전쟁 발발 전 하루 평균 130척가량이 이 항로를 이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프로젝트 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다.
프로젝트 프리덤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란의 공격은 계속됐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군은 5일 순항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하고, 미 해군 함정의 해협 통과를 지원하던 선박들을 위협하던 이란 군용 고속정 6척을 파괴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같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주요 석유 항구와 유조선을 공격해 3명이 다친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선박이 손상될 경우 기업은 재정적·물류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다. 더구나 보험 계약에는 전시 면책 조항이 포함돼 있어, 전쟁 중 발이 묶인 선박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보상 의무를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해운사들이 충분한 재정적 보호 없이 선박을 이동시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 피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 그룹은 6일 자사 컨테이너 화물선 한 척이 해협을 통과하려다 공격을 받아 손상됐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고속정과 드론에 대한 우려로 주요 선주들과 선박 운영사들이 이 해협을 여전히 지나치게 위험한 항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 업계 관계자들도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 중 하나인 하팍로이드는 성명을 통해 자사의 위험 평가에 "변함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자사 선박들의 해당 해협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항만청의 진 세로카 전무이사도 "실질적으로 검증된 평화 협정이 체결돼야만 상선 업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관리 기업 키넥시스의 최고경영자 라자트 가우라브 역시 휴전이 유지되고 선박들이 점차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재개하더라도 해운이 "하룻밤 사이에 정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운송업체와 보험사, 화주들이 안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만 운송 능력과 항로가 완전히 정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지속 여부와 관계없이 해협에 남아 있는 약 1600척의 정상 운항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은 6일 "해운사들과 발이 묶인 선원들은 여전히 안전한 탈출 경로를 찾지 못한 채 위험을 무릅쓰고 항해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휴전에도 불구하고 폭 21마일(약 34㎞)에 달하는 해로를 둘러싸고 미사일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