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빅3' 업체들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최대 50억 달러(약 7조38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일대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해운과 공급망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알루미늄·플라스틱·페인트 등 주요 소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전쟁 이후 최대 16% 상승했다. FT는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차량 한 대당 500~1500달러의 비용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알루미늄은 차체, 엔진, 도어 등 자동차 전반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은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GM은 원자재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20억 달러(약 3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전쟁으로 비용이 상승했고,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불확실하다"며 "다른 지출을 줄여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고 했다. 포드 역시 공급망 비용 증가분이 최대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텔란티스도 향후 약 10억 유로 규모의 비용 부담을 예고했다. 업계 전체로 보면 이번 원자재 충격 규모는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로 인한 손실(약 60억 달러)에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다. 현재까지는 공급업체와의 고정 가격 계약 덕분에 단기 충격을 일부 흡수했지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생산 비용에 반영될 전망이다. 공급업체들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알루미늄뿐 아니라 유가 상승과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부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플라스틱과 타이어, 내장재 등 자동차 부품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업체들이 자동차용 칩 대신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칩 생산에 집중하면서 메모리(DRAM) 가격까지 오르는 등 비용 상승 요인이 겹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 "업체들이 동시에 가격을 올릴 경우 시장 점유율은 유지되겠지만,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