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계기로 백악관 연회장 건설을 더욱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연회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정보를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도중 연회장 밖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이후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기자회견실에 들어서고 있다. / AP=연합

2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대통령이 계획한 연회장 건설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안보 계획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백악관 공격 발생 시 대통령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는 정부가 통상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주제"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의회 동의 없이 진행되는 연회장 건설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미 국가역사보존협회(NTHP)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자 즉각 항소했다. 이 과정에서 항소법원에 백악관 공격 시 대통령 보호 방안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담은 문서를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서 육군 장관 댄 드리스콜은 백악관에 대한 정밀 드론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 방공호의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국가안보 위협 시 대통령을 외부로 대피시키는 대신 현장 내 벙커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며 "이 강화된 지하 벙커를 확보하는 것은 현장에서 중단 없는 지휘 및 통제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드리스콜의 진술이 포함된 제출서가 접수된 직후, 항소법원은 최소 6월 초까지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항소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 기부금을 사용해 연회장을 건설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변론은 6월 5일로 예정돼 있다.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행정부가 공개한 정보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러 행정부에서 근무한 한 전직 고위 국가안보 관계자는 WSJ에 "이번 공개에는 백악관이 다루는 가장 민감한 보안 정보 일부가 포함돼 있으며, 적대 세력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비밀경호국 요원 빌 게이지도 "이런 내용은 공개적으로 논의돼서는 안 된다"며 "비공개로 제출되지 않은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드리스콜은 새 연회장이 백악관 이스트윙을 강화하고, 폭발물을 탑재한 무인 항공기 공격으로부터 벙커를 보호하는 물리적 방어층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토목공학적 관점에서 이 외부 층은 폭발이 특정 거리에서 일어나도록 유도해 '이격 거리(standoff)' 또는 '공기층 깊이'라 불리는 중요한 공간을 형성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방어 구조와 작동 원리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데 대해 국가안보 법률 전문가인 시러큐스대 교수 윌리엄 뱅크스는 행정부가 실제 작전 계획을 공개한 것인지, 아니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지가 핵심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무책임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