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임시 휴전과 이란 전쟁 같은 주요 현안을 90분 동안 논의했다. 당초 이란발 중동 위기 해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분쟁을 먼저 끝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30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와 통화에서 '오는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기념일(전승절)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임시 휴전을 선언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취재진을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자신 역시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휴전을 제안했다"고 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전 세계 안보를 위협 중인 이란 문제를 놓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이란 핵 협상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농축 우라늄 처리를 적극 돕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즉각 거절하며 우크라이나 분쟁부터 마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나는 '당신(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 관여하길 훨씬 더 원한다'고 말했다"며 "미국을 돕기 전에 당신 전쟁부터 끝내길 원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이란이 스스로 핵무기 포기에 동의하지 않는 한 어떠한 합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지상전을 벌이거나 군사력을 다시 동원할 경우 국제사회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이날 크렘린궁 소속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보좌관은 "이번 통화가 1시간 30분 넘게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행위를 신속하게 중단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각각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끝없는 소모전이 이어지면서 군사적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드론) 공습이 러시아 본토 에너지 시설에 집중되자,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올해 전승절 열병식에 기갑 부대 동원을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가파르게 오르는 유가 탓에 물가 안정이라는 국내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종료 시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마도 두 가지가 비슷한 시간표에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