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력에서 오래도록 미국에 의존했던 유럽이 안보 홀로서기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6일 르몽드와 AP 등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마크롱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유럽연합(EU) 조약 42조 7항은 내용 측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5조보다 더 강력하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2021년 체결한 안보 협정을 5년 더 연장하는 안에 서명했다.
EU 조약 42조 7항은 특정 회원국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다른 회원국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조항은 회원국 연대를 확실하게 보장하며 다른 선택지를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 주도 NATO 그늘에서 벗어나 유럽만의 독자적인 안보망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을 경시하는 미국 태도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짚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NATO가 적극적으로 파병하지 않는다며 NATO를 "종이 호랑이"라고 깎아내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대통령 모두가 유럽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유럽 스스로 이익을 지키는 강대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EU 집단 방위 원칙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미 실전에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은 지난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에 맞춰 키프로스에 자리한 영국 공군기지가 이란으로부터 무인기 공격을 당했을 때 즉각 군사 지원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두고 "42조 7항은 단순한 빈말이 아니다"라며 "유럽 동맹국이 위협받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똑똑히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안보 전문가들도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하는 안보 자립 노선에 강한 힘을 싣고 있다.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소속 타이스 로이텐 의원은 유럽의회 공식 성명에서 "42조 7항은 의례적인 문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NATO와 경쟁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유럽이 스스로 두 발로 서서 전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안보 주체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