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격 사건이 벌어졌던 워싱턴 힐튼 호텔은 미국 대통령 경호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장소다.
45년 전 1981년 3월 30일 오후 2시 27분, 취임 69일째였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 호텔에서 총을 맞았다.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산하 건설노조 연설을 마치고 전용 차량으로 향하던 순간이었다. 당시 군중 속에 섞여 있던 25세 청년 존 힝클리 주니어는 22구경 리볼버를 꺼내 3초 만에 여섯 발을 쐈다.
첫 번째 총알은 제임스 브래디 백악관 대변인 머리에 박혔다. 두 번째는 토머스 들러핸티 워싱턴DC 경찰관 목을, 네 번째는 레이건을 막아서려 몸을 던진 비밀경호국(SS) 요원 티모시 매카시 복부를 관통했다.
마지막 여섯 번째 총알은 대통령 전용 리무진에 맞고 튕겨 나가 레이건의 왼쪽 겨드랑이로 파고들었다. 총알은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왼쪽 폐를 뚫은 뒤 심장에서 약 2.5cm 떨어진 곳에 박혔다. 조지워싱턴대 병원으로 이송된 레이건은 응급 개흉 수술을 받고 12일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브래디 대변인은 평생 반신불수로 살다가 2014년 숨졌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을 차량과 건물 사이에서 이동시키는 절차를 전면 개편했다.
레이건 총격범으로 잡힌 힝클리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에 출연한 유명 배우 조디 포스터에게 강박적으로 집착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을 쏘면 포스터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1982년 정신질환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고 정신병원에 수용된 힝클리는 2016년 어머니 집으로 돌아갔고, 2022년 6월 모든 법원 명령에서 풀려났다. 2024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피격당한 직후, 힝클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폭력은 답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번까지 두 차례나 대통령을 노린 피격사건이 벌어졌지만, 워싱턴 힐튼은 본래 워싱턴에서 가장 안전한 행사장으로 꼽힌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호텔은 '프레지던트 워크'라는 차폐된 통로를 따로 만들었다. 세계 정치 수도 워싱턴에 자리잡은 대형 호텔인 덕에 비밀경호국(SS) 역시 1970년대 초부터 이 호텔을 최소 100차례 이상 사전 점검했다. 그런 호텔이 미국 대통령 암살 미수의 무대가 됐다는 사실은 경호 체계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45년이 지난 4월 25일 저녁 8시 같은 호텔 연회장에서는 비명이 다시 울렸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 위에서 연설을 듣던 중 복도에서 총성이 터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구도 총에 맞지 않았다.
주요 매체들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총성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를 무대 뒤로 데리고 나왔다고 전했다. JD 밴스 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카시 파텔 FBI 국장 등 행정부 핵심 인사들도 한꺼번에 대피했다. 만찬 현장에 참석한 언론인들은 무장한 용의자가 행사장 내부로 진입하기 전 보안 검색대에서 발각되어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부통령, 국방·국무장관, FBI 국장이 한 공간에 앉아 있던 행사장에서 총성이 울렸다는 사실 자체가 워싱턴 권력층에 남긴 충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이번 만찬장에 총격범이 진입했다면 미국 행정부 1순위부터 5순위 권한 승계자 상당수가 동시에 위협에 노출됐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