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한 가운데 미국의 에너지 수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중동산(産) 에너지 수입이 어려워지자, 유럽·아시아에서 미국산 에너지를 대체제로 구매에 나선 결과다. 다만 이는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수요 증가로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미국산(産)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에너지 구매가 막히면서 미국산 에너지가 대체제로 떠오른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석유제품 수출량은 하루 평균 1290만배럴이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해운 데이터 업체 케플러의 조사 결과에선 지난달과 이달 아시아 지역으로의 미국산 원유·LNG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정유시설이 중동산 원유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어 미국산 원유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산보다 밀도가 낮은 미국산 원유를 같은 시설에서 처리하면 효율이 떨어지고 인프라를 개조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만큼, 유럽은 미국에 대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헤닝 글로이스타인 유라시아그룹 에너지 총괄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기후 정책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문제. 안보, 관세 사안 등에 있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에너지 의존성을 지렛대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도 인지하고 있는 측면이다. 실제로 미국도 에너지 수출량을 무작정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의 원유 수출 시설들은 원유 선적에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새로운 인프라가 가동될 시점엔 미국산 에너지의 매력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싱크 탱크 사사카와 평화 재단의 츠네오 와타나베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중동 지역 에너지 가격이 정상화되면 미국산 원유와 가스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