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심화되고 있는 극단적인 폭염으로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남부 로울리의 농장에서 한 여성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기상기구(WMO)는 공동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폭염으로 일부 지역의 식량 공급망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WM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1.43도 상승하면서 지구 에너지 불균형이 관측 6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와 남아시아 대부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열대지역, 중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연간 최대 250일(3분의 2 수준)은 농민들이 야외에서 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은 가축 폐사율도 높인다. 일반적인 가축은 약 25도에서부터 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극심한 더위는 젖소의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우유의 지방 및 단백질 함량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땀을 흘리지 못하는 돼지와 닭은 기온이 오르면 소화기관 손상, 장기 부전, 심혈관 쇼크 등을 겪을 수 있다.

농작물 수확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농작물은 30도를 넘어서면 수확량이 감소한다. 세포벽이 약화되고 독성 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에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옥수수 생산량이 약 10% 감소했으며, 밀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으면 농작물 수확량이 더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는 폭염이 상당 부분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농민 대상 경고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 예보와 휴대전화 통신을 활용해 극단적인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시점을 사전에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자원연구소(WRI) 농업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리처드 웨이트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폭염으로 작물과 가축 생산량이 감소하고, 식량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토지가 농업에 투입될 것"이라며 "이는 토지 이용 변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켜 농업이 받는 기후 영향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식량 위기가 일부 더운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팀 랭 런던대 식품정책 명예교수는 온대 지역과 선진국 역시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 불확실성의 가속화는 전 세계 식량 생산자에게 심각한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라며 "식량을 수입하던 지역이 건조해지고, 토지 이용이 변화하며, 수자원 의존성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초기에 잘 자라던 작물도 결국 성장에 실패하고 생산성이 흔들리며, 재배와 소비의 기존 패턴이 변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