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유럽 항공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조만간 항공유 수급이 끊길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마땅한 대체재도 없는 상황이다.

16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사우스 샤를루아 공항 활주로에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의 항공기가 서있다. / EPA=연합

1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럽 대표 저가 항공(LCC)인 라이언에어는 이번 주 자사 거래 업체들이 5월까지만 충분한 제트 연료 공급을 보장할 수 있으며,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조만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연료 부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언에어는 성명을 통해 "이란 전쟁이 곧 끝난다면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가 5월이나 6월까지 이어질 경우 유럽 일부 공항에서 연료 공급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안나-카이사 이트코넨 대변인은 지난 14일 "현재 EU 내에서 연료 부족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다"면서도 "특히 제트 연료와 관련해 가까운 시일 내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국제공항협의회 유럽지부(ACI Europe)도 EU 집행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재개하지 못할 경우 5월 초부터 제트 연료 부족 사태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역내 정유소 폐쇄가 이어지면서 수입 항공유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유럽에서 제트 연료 소비가 가장 많은 영국의 경우 1970년대 18곳에 달하던 정유소가 현재는 4곳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유럽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제트 연료의 최대 소비 지역으로, 해당 해협을 통한 공급은 전체 수입 항공유의 약 41%를 차지한다.

석유 분석가들에 따르면 유럽 항공사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전쟁 이전에 출발한 물량에 의존해왔지만, 현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제트 연료 공급이 대부분 감소한 상태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항공유 가격도 급등했다. 14일 기준 전 세계 제트 연료 가격은 전쟁 이전보다 약 80% 상승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을 인상하고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운항을 줄이고 있다. 네덜란드 국적 항공사 KLM은 이날 급등하는 항공유 비용 부담으로 5월부터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80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특히 항공사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료 부족 사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유럽 내 두 번째로 큰 항공사인 이지젯은 여름까지 필요한 연료의 약 70%를 확보했지만, 나머지 물량은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많아야 약 6주 분량의 항공유만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우리가 경험한 가장 큰 에너지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IEA는 유럽이 중동에서 공급받던 제트 연료의 절반 이상을 대체하지 못할 경우, 빠르면 6월부터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바이 소재 석유 분석가 아비셰크 쿠마르는 많은 유럽 항공사들이 장기 계약으로 연료 가격을 고정해왔고 운항 축소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이 상황이 2~3주 더 지속된다면 모든 사람이 (전쟁의) 영향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