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장례가 40일 넘게 지연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가운데, 미국과의 협상까지 결렬되면서 이란 정권 내부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란 전략가 라메시 세페라드 박사는 12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메네이가 살해된 지 44일이 지났음에도 정권은 그를 공개적으로 매장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정권 상층부부터 말단까지 퍼져 있는 극도의 공포심을 반영하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당초 3월 초로 예정됐던 3일간의 국장(國葬)은 기약 없이 연기됐다. 이슬람 율법상 시신은 24시간 이내에 매장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40일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매장 시기와 장소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장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중 봉기나 내부 권력 갈등을 정권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에서는 이달 9일부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 40일 추모 행사가 시작됐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테헤란 중심부 정권 시설을 겨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당시 공격으로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안면과 다리에 중상을 입고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모즈타바가 심각한 안면 부상을 입었지만 정신은 명료한 상태"라며 "화상 회의 등을 통해 국정 전반과 대미 협상을 막후에서 지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사실상 '그림자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페라드 박사는 현재 모즈타바 체제를 '마피아식 권력 구조'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부친과 같은 종교적 정통성이나 카리스마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슬람 혁병수비대(IRGC)와 사법부, 경찰 등 공권력 핵심 인물들과의 이해관계에 의존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 체제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정부가 아니라 기능별로 움직이는 구조"라며 "협상하는 채널, 위협하는 채널, 처벌하는 채널이 따로 작동하는 분업형 권력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체제를 묶는 것은 신뢰가 아니라 정권 생존"이라며 "취약한 연합체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11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진행된 미국과 이란 간의 이슬라마바드 평화 회담도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양측은 21시간 동안 밤샘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 했다. 이란 관영 누르 통신은 "다음 협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에서는 '전술적 유연성'을 보이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권력 세습을 굳히기 위한 '철권 통치'를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관이 아닌 군·보안 라인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 역시 현재 이란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