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한 가운데,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을 압박하며 퍼부은 초강경 발언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간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주도해 국제법상 전쟁 범죄를 촉발했으며, 이후에도 국제적 신뢰를 훼손하는 발언을 반복하며 미국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7일(현지 시각) 갈등을 거듭하던 미국과 이란은 2주간의 휴전에 사실상 합의하며 일시적 해빙 국면에 들어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대(對)이란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으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또한 성명에서 "(미국의) 공격이 중단된다면 우리도 방어 작전을 중지할 것"이라며 합의를 뒷받침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은 전쟁 개전 39일째로, 이로써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을 불과 90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가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주 수입국인 중국이 막판 중재에 개입, 이란 측에 협상 수용을 강하게 설득하면서 판도를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는 미국의 완전하고 완벽한 승리"라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으나, 앞선 그의 발언 수위 및 방식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불식되지 않는 모양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발표 직전까지도 이란 지도부를 향해 거친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이 제시한 시한을 약 12시간 앞두고 "오늘 밤 한 문명(civilization) 전체가 사라져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줄곧 예고해 온 발전소 인프라와 교량 파괴를 암시한 발언으로, 직전 부활절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이 글은 트럼프 본인의 마러라고 갈라 만찬 광고 메시지와 함께 트루스소셜에 게시됐는데, 발언 방식이 대통령으로서 지나치게 경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은 개전 직후부터 줄곧 제기된 바 있다. 그는 "이란이 협상하지 않는다면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압박하는가 하면 "이란 정부의 양보가 없다면 이란 국민은 지옥에 살게 될 것"이라며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시사했는데, 이는 국제법상 명시된 전쟁 규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기 때문이다.
무력 충돌 시 적용되는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분쟁국은 적대 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에 대해서는 보호를 추구해야 하며, 이들에 대한 의도적인 살인과 학대 및 고문은 '중대한 위반 행위'로 간주된다. 군사 시설이 아닌 전력, 수도 및 필수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금지되는 이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은 진영을 막론하고 정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미 보수 인플루언서 터커 칼슨은 "트럼프의 발언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전쟁 범죄적 발상"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는 위험한 상태의 인물"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으며, 민주당 내부에선 의원 50명 이상이 탄핵 또는 수정 헌법 제25조 발동을 공개 요구했다. 이 법은 대통령이 사임 혹은 탄핵될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는 절차를 규정한다.
일각에선 강경 발언으로 위협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뒤 합의를 도출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패턴이 반복되고 있으며, 그의 발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전략적 수사(rhetoric)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린란드 영토 분쟁 당시 군사적 압박을 시사한 후 미군 증강이라는 절충안을 이끌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친트럼프 계열 론 존슨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허세(bluster)를 부리고 있다"며 그의 행동을 비호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협상력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핵무기 전문가 알렉스 웰러스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을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국가로 보이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행보가 민주주의 진영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과 거리를 두게끔 조장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외교적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사임한 조 켄트 전 국가대테러센터(NCCC) 소장 또한 "트럼프는 이란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지금 위험에 처한 것은 미국"이라며 "미국은 세계 안정의 주체가 아닌 혼란의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종식시킬 것"이라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범죄를 일으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될 가능성이 제시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법원은 대통령의 직무상 행위에 대해 절대적 면책권을 보장하며, 미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2024년 ICC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서도 가자지구 전쟁을 촉발한 혐의 등으로 영장을 발부했으나, 실제 체포 가능성은 낮게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