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초고령 국가 일본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은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노인을 살해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치매나 중증 질환을 앓는 노인을 다시 노인이 돌보는 이른바 '노노(老老) 간병'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교도통신은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인용해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9년간 가족이나 친척 손에 목숨을 잃은 65세 이상 노인은 최소 486명이라고 전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344명, 남성이 142명으로 집계됐다.
살해 원인은 가해자가 겪는 극심한 피로와 고립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치매 부모나 배우자를 장기간 돌보다가 경제적 빈곤과 체력 고갈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강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해자 성별을 살펴보면 아들이나 남편 등 남성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남성 간병인이 여성에 비해 주변에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복지 제도를 활용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못한 채 방치된 복지 사각지대가 참사를 키웠다는 평가도 나왔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만 거주하는 고령자 가구가 1700만 가구를 돌파했다. 70대 아내가 80대 남편을, 혹은 60대 자녀가 90대 부모를 홀로 돌보는 기형적인 구조가 일본에서는 일상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조부모와 부모 부양 의무를 진 자녀 세대는 장기 불황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간병을 포기하거나, 이들과 연을 끊는 사례가 급증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발생한 참극 가운데 사건 발생 당시 정부가 지원하는 간병 보험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은 가구가 절반을 넘었다. 안전망에서 소외된 이들은 사회적 밀실에서 돌봄 지옥을 겪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는 고령 가구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은폐된 학대나 방치 사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MX는 일본 돌봄 문제 전문가를 인용해 "극단적 선택이나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은 노노 간병 사례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한계 상황에 몰려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한 잠재적 위험군이 사회 곳곳에 방치돼 있다"고 했다. 간병 살인이 단순한 가정 내 불화가 아니라, 국가 돌봄 체계 붕괴가 낳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간병 가족 가운데 상당 수가 우울증이나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비용 부담 탓에 요양 시설 입소를 체념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에서도 고립된 노노 간병 가구를 찾아내고 촘촘하게 지원하는 밀착형 복지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돌봄 부담을 개인이나 가족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현행 제도 틀을 깨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공적 지원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