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의 어민들이 전쟁의 '부수적 피해자'가 됐다고 프랑스 일간 르 몽드가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UAE 어업 생태계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르 몽드에 따르면 UAE 당국이 안전을 이유로 전면적인 출항 금지령을 내리면서 수백 척의 어선들이 조업을 중단한 채 항구에 묶여 있다. 르 몽드는 "UAE 동부 해안 도시 디바 알푸자이라에서는 이란 드론이나 미사일이 UAE 방공망에 요격되면서 발생한 폭발로 추정되는 소리가 매일 밤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적인 원유 허브인 푸자이라 항구가 주요 타격 목표가 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일과 14일, 요격된 드론 파편이 푸자이라 항구에 떨어지며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원유 및 정제유 선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란 정부가 UAE 항구들을 '정당한 공격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어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태다.
어업 마비의 여파는 즉각 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로 전이됐다. 조업 물량이 끊기면서 UAE 전역의 수산시장은 유례없는 매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주요 생선 가격은 최근 열흘 사이 35%나 폭등했다. 현재 시장에 나온 생선 대부분은 인접국인 오만에서 육로를 통해 들여온 수입산이다.
이번 사태로 가장 먼저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은 저임금 이주 노동자들이다. 월 1500 디르함(약 54만원) 남짓한 임금으로 생계를 잇던 어부들은 조업 중단으로 인해 당장의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0년째 UAE에서 일해온 무함마드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수입이 끊겨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은 UAE의 고질적인 약점인 식량 안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르몽드는 평가했다. 인구 1100만명의 UAE는 식량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정부가 최근 수산 자원 자급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국가별로 선별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16일 이란 반관영 매체인 SNN TV와 인터뷰에서 "적들과 그들의 공격을 지원하는 자들에게만 닫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란, 중국, 인도 등의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