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일주일째 접어든 가운데, 미국과 이란 양측이 좀처럼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쿠르드족, 중동 동맹국 지원에 나선 유럽 국가들까지 가세하면서 충돌은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하는 양상이다.
5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란은 군사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잇달아 표명,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선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으로 카타르, 사우디 등 인근 걸프 국가들에서도 피해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美 "작전 새로운 단계 진입" VS 이란 "협상할 이유 없어"
이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플로리다주 맥딜 공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우리의 탄약은 가득 차 있고 우리의 의지는 철통같다"며 "방어 및 공격 무기 비축량은 우리가 필요한 만큼 작전을 지속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병력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만큼, 현 상황을 둘러싼 주도권이 미국에 달렸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군사작전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의 브래드 쿠퍼 사령관 또한 미국이 높은 수준의 작전 수행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퍼 사령관에 따르면 지난 72시간 동안 미국 폭격기는 이란 내 목표물 약 200곳을 타격했으며, 이에 반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은 작전 첫날인 지난달 28일 대비 9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은 이란의 미사일 전력 타격을 넘어 무기 재건 역량과 생산 기반 자체를 파괴하는 '다음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이스라엘 또한 군사 작전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 단계에서 이란 정권과 그 정권의 군사적 역량을 더욱 해체할 것"이라며 "아직 공개하지 않은 추가적인 작전들이 준비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란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방공망은 각각 60%, 80% 이상 무력화된 상태다.
다만 이란은 현재까지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전면 부인, 이날 이스라엘과 인근 걸프 국가의 미국 관련 시설을 겨냥해 20번째 공격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우리는 휴전을 요청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미국과 협상해야 할 어떤 이유도 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염 휩싸인 중동…아제르바이잔·해상까지 불길 번져
이에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주민 대피령이 발령됐으며, 이라크 쿠르디스탄 도후크 지역에서는 미국 HKN에너지가 운영하는 사르상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알 다프라 공군기지 인근에서는 드론 파편으로 6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카타르 도하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도 대피령 이후 미사일 공습이 이뤄졌다. 바레인에서도 국영 정유시설이 이란 측 미사일의 타격을 입었다.
이란은 코카서스에 소재한 아제르바이잔까지 공격을 감행, 분쟁 지역을 확대하려는 모양새다.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아제르바이잔의 역외 영토인 나히체반 곳곳에서 폭발음이 울렸으며, 공항과 학교 등에 드론이 추락하면서 민간인 4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도 이란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인 튀르키예와 인근 이라크 북부에 대해서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행동을 벌였는데, 이란 측은 이에 대해 "우리가 쏜 것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란 본토에서도 막심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이란 참전용사·순교자재단에 따르면 이란 내 누적 사망자는 최소 12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신원이 확인된 시신을 기준으로 한 만큼, 실질적인 사망자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이란 내 174개 도시가 타격을 입었으며 미사일 시설 외에도 병원, 학교, 정부 건물 등 건물 3646채가 폭격당했다고 이란 적신월사는 전했다.
아울러 전선은 해상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 급등 조짐이 보이자 미국이 구역 내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이란의 주요 해상 전력을 타격하고 있어서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란 선박 20척 이상이 미 해군에 공격을 입거나 침몰됐으며, 이 중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주력 수상함인 솔레이마니급 함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 민병대 투입으로 '지상 대리전' 펼쳐질 듯
여기에 이란계 쿠르드족 민병대까지 참전 의사를 밝히면서 충돌이 지상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라크 쿠르드 자치 지역인 아르빌에서는 쿠르드 민병대가 '도요타 랜드크루저LC71' 차량을 50대 구매한 사실이 포착됐는데, 이들이 전투 활용을 목적으로 차량을 대량 구매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들에 광범위한 공중 지원과 기타 후원을 약속한 정황도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쿠르드족 지도자들과 통화하며 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의 최고 지도자 선출에 공개적으로 반발을 표하면서 쿠르드족의 이란 공격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공개 발언에 나선 바 있다. 미국이 지역 세력을 앞세워 '대리전' 방식으로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중동 사태는 유럽으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영국·프랑스·독일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도 걸프국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방, 특히 방공 분야를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유럽연합(EU) 3국은 이란의 최초 미사일 공격 직후 '깊은 유감'을 표명, '방어적이고 비례적인 조치'를 경고하며 지중해에 군함을 파견한 바 있다. 스페인 또한 방공 임무를 지휘할 호위함을 키프로스에 보냈으며, 프랑스는 이란 공격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미군기에 한해 본토 내 공군 기지 사용을 허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