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내 무력 충돌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유럽 대륙 전체에 대규모 난민 유입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에이미 포프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은 "중동 지역 분쟁이 현재 수준으로 지속되거나 악화할 경우 유럽을 향하는 이민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포프 총장은 "이미 정치적 불안정이 만연한 중동 지역에 무력 갈등이 추가로 겹치고 있다"며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난민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중동 지역은 이스라엘과 이란 뿐 아니라 전역이 일촉즉발 위기 속에 놓여 있다.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이 배후에서 직접 지원하는 무장 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국경을 사이에 둔 공습과 포격이 반복되면서 민간인 피해와 내부 피난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 사회가 가장 우려하며 주시하는 지역은 레바논이다. 레바논은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터져 나온 막대한 난민을 인도적으로 수용하다 국가 내부 수용 능력이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 레바논 인구가 약 550만 명인데, 난민 150만 명이 같이 살고 있다. 인구 대비 세계에서 난민 밀도로 이미 세계 1위다. 국제이주기구 분석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레바논에 머물다 안전을 찾아 황급히 다른 국가로 피난 길에 오른 이주민은 8만 3000명에 육박한다.
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레바논 남쪽은 이스라엘과 맞닿아 있고, 북쪽과 동쪽은 여전히 불안정한 시리아와 국경을 공유한다. 육로 이동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탈출 통로는 지중해 해상 루트 뿐이다. 전문가들은 레바논을 떠난 일부 난민이 가까운 키프로스나 그리스 같은 유럽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럽에는 2015년 시리아 난민 위기 당시 약 100만 명이 유입된 전례가 있다.
유럽 각국도 이번 사태가 새로운 난민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시리아 내전 당시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100만 명 이상이 EU 국가로 겉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초유의 난민 유입 사태를 겪었다. 여기에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유럽에는 4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피난민이 들어왔다. 통제 범위를 벗어난 대규모 이민자 유입은 유럽 정치 지형을 통째로 뒤흔들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곳곳에서 촉발했다.
현재 다수 유럽 국가 내부에는 반이민 정서가 깊게 뿌리내린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유럽연합(EU) 소속 정부들은 과거처럼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오길 반기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사태 초기부터 훨씬 더 포괄적이고 선제적인 접근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난민 유입 사태 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개입해 통제력을 잃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지중해 동부 섬나라 키프로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다가올 난민 사태 직격탄을 맞을 확률이 높은 최전방으로 꼽힌다. 키프로스는 분쟁 중심지 레바논과 지리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가깝다. 키프로스를 비롯한 남유럽 주요국 최고위 관계자들은 이미 중동발 난민에 대한 구체적인 국경 통제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니콜라스 이오안니데스 키프로스 이민부 차관은 5일 공식 회견에서 "현재 중동 지역에서 자국 영토로 유입되는 뚜렷한 이주 흐름이 존재한다"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 발전에 신속히 대처할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또 EU가 이런 치명적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관련 국경 인프라와 이민 심사 절차 및 법률 체계를 꾸준히 적극적으로 개선해 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