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부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럭셔리 부동산 시장의 빗장을 다시 풀기로 했다.
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이날부터 이른바 '황금비자'로 불리는 비자를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최소 500만 뉴질랜드 달러(약 43억5235만원) 이상의 주택을 구매하거나 건축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번 조치는 부유한 이민자와 자본을 유치해 침체된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 4월 정부가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AIP)' 비자를 재출시하면서 시작됐다. AIP는 뉴질랜드 기업에 최소 500만~1500만 뉴질랜드달러를 투자해 경제에 기여한 외국인에게 주는 영주권이다. 뉴질랜드 이민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까지 총 1891명이 AIP 비자를 신청했다. 블룸버그는 "잠재적인 투자 규모만 최소 35억 뉴질랜드 달러에 달한다"면서 "신청자의 37%는 미국인"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18년 널뛰는 집값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외국인 부동산 투기 금지법'을 일부 완화한 것이다. 당시 자신다 아던 정부는 외국인의 투기가 뉴질랜드 집값 폭등의 주범이라며 외국인 주택 구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현재 뉴질랜드 부동산 시장은 2022년 고점 대비 오클랜드는 20%, 웰링턴은 28% 가량 하락하며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 변화로 초고가 주택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뉴질랜드 부동산 업계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의 부동산 업체 '패터슨 럭셔리'의 케일랩 패터슨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와 맞물려 최근 일주일 사이 미국 측의 주택 구매 문의가 급증했다"면서 "지난 나흘간 미국에서만 6건의 진지한 매수 문의가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유명 휴양지인 퀸스타운 소재 '소더비 국제 부동산'에 따르면 공식 웹사이트의 미국인 접속량은 전년 대비 61%, 호주인은 24% 급증했다. 마크 해리스 상무이사는 "최근 퀸스타운 공항에 개인용 제트기가 빈번하게 출입하고 있으며, AIP 비자 소지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이 살 수 있는 주택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컨설팅사 코탤리티에 따르면 뉴질랜드 전역에서 500만 뉴질랜드 달러가 넘는 주택은 약 7000채로, 전체 주택 재고의 0.4%에 불과하다. 이 중 4500채는 오클랜드에, 1250채는 퀸스타운에 집중되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중 매년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은 약 350채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정된 '트로피 부동산'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자산가들과 외국인 진입 전 매수를 서두르는 현지 부유층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