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 감소라는 낯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며 끊임없이 덩치를 키워왔던 미국 성장 공식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드라이브와 맞물려 멈춰 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경 통제 강화가 미국의 인구 통계학적 변곡점을 수십 년 앞당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매체들은 미국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통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으로 인해 2026년 미국 인구가 역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구조사국은 당초 미국 인구가 2081년에야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 예측했지만, 급진적인 정책 변화로 이 시계가 50년 넘게 빠르게 돌아간 셈이다. 블룸버그는 통계 역사상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시기, 제1차 세계대전 파병 당시 미국 인구가 일시적으로 소폭 줄어든 적은 있지만, 정책적 요인에 의한 구조적 인구 감소는 1790년 첫 센서스(인구조사) 실시 이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인구 감소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미국 인구가 늘어나려면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 증가' 인구와 유입 이민자 수에서 유출자를 뺀 '순이민'이 늘어야 한다. 지난해 7월 기준 미국 내 출생자 수는 사망자보다 51만9000명 많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정도 자연 증가분이 오는 2030년이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순이민 수요가 이 빈틈을 메워야 인구가 늘어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유입 통로를 막고 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와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진은 최근 분석에서 미국이 이미 '순이민 마이너스' 상태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 미국 순이민 규모가 최대 92만5000명 감소에서 최대 18만5000명 증가 사이를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 유입이 급감해 자연 증가분을 상쇄하지 못하면 미국 전체 인구는 필연적으로 줄어든다. 연구에 참여한 타라 왓슨 브루킹스연구소 경제안보·기회센터장은 "2026년 미국 인구 성장률은 0%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인구 감소를 위기가 아닌 성과로 간주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민자 감소가 미국 태생 근로자 임금 상승과 주택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노동력을 키울 미국인의 손과 머리는 충분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는 이민법 집행과 동시에 미국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밝혔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순이민이 마이너스가 됐던 192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 미국은 중산층이 융성한 세계 최강대국이었다"며 "모든 인구 성장은 (이민이 아닌) 가족 형성에서 비롯됐다"고 자평했다.
경제학자들 시각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인구는 경제 규모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노동 공급이 줄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부담은 급증한다. 2025년 공산당 집권 이래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며 인구가 줄고 있는 중국, 2010년 인구 정점을 찍고 장기 저성장에 빠진 일본, 고령화로 '병자' 취급을 받는 독일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미국이 그간 선진국 중 예외적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한 배경에는 젊은 이민자 유입이 있었다. AEI와 브루킹스연구소는 순이민 감소가 2025년과 2026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각각 0.3%포인트 갉아먹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단순한 인구수보다 1인당 부(富)가 중요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민 제한을 옹호하는 이민연구센터(CIS) 스티븐 카마로타 연구국장은 "인구 총량이 국부를 결정한다면 방글라데시가 뉴질랜드보다 더 부유해야 한다"며 "인구 감소나 저성장이 1인당 GDP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실제 지난 수십 년간 인구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는 가운데도 미국 실질 1인당 GDP는 상승해왔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노동력 부족을 상쇄해 인구와 경제성장 간 연결 고리를 약화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당장 미국 노동 시장에 미칠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 제조, 접객 등 현장 인력난은 이미 심각하다. 사회보장제도 유지도 난제다. 일할 사람은 줄고 부양해야 할 노인이 늘어나는 구조는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제프리 파셀 퓨리서치센터 선임 인구학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00만 명 넘게 사망했을 때도 미국 인구는 늘었다"며 "지금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