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본부장이 26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정부의 북핵 수석대표인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은 미국을 방문해 북미 간 전제 조건 없는 대화에 대한 미국 측의 열린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2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주미 대사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미국 방문 기간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과 토머스 디나노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 마이클 디솜브레 동아태 차관보 등 미 국무부 주요 인사들과 폭넓은 협의를 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 임명 후 처음으로 지난 24일 미국을 찾은 정 본부장은 이들을 비롯해 미국 주요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 및 의회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구체적으로 북한의 제9차 당 대회 결과 등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한미정상회담 공동 설명 자료에 기초해 한반도 관련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또 "우리 측은 북한의 메시지가 우리의 예측 범위 내에 있었던 만큼 페이스메이커로서 북미 대화 조기 성사를 계속 지원하고 남북 간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도 장기적 시각을 갖고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미 측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미국 측 입장과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간의 접촉이 진행 중인지에 대해 "(북미 간의) 실무 접촉 같은 새로운 뉴스는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 국무부 측 기류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가 있다기보다는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기본 입장 아래에서 어떤 상황이 오든지 한미 간에 긴밀히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인상을 분명히 받았다"며 "미국은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지,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수준까지는 지금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 본부장은 이번 출장에서 미 당국자들을 만난 결과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각급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공조를 긴밀히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싱크탱크 및 의회 관계자와의 면담에서는 "우리의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포함한 대북 정책을 설명하는 한편,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인식과 대북 정책 관련 인식도 청취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주한 미군의 서해 공중 훈련 도중 미·중 군용기 간의 대치 상황이 발생한 것과, 한미 간에 '주한미군사령관의 사과 여부'를 두고 엇박자가 난 것과 관련, "미국 정부 관리들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다"며 "다만, 한미 동맹 간 문제나 사안이 발생하면 동맹의 정신에서 잘 해결해 나가지 않았느냐는 얘기를 하는 분은 있었다. 전반적인 동맹 사안에 관한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한 미 당국자들로부터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기존과 다른 대접, 대응을 해야겠다는 인식이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비핵화 원칙까지 바뀌어서 북한을 다루겠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에 대해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정 본부장이 언급한 '예측 범위 내'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그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아울러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이 혼용돼 쓰이는 것과 관련, "우리는 같은 개념이라고 이해하고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1990년대 초반 주한미군의 한반도 내 전술 핵무기 반출 이후 한국이 '비핵화' 상태를 줄곧 유지해온 만큼 엄밀히 말해 '북한 비핵화'가 문제의 본질에 가까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난해 11월에 나온 한미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명시됐다.

그러나 북한은 과거 핵 협상 때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미군 전략 자산의 한반도 주변 순환 배치 또는 전개 문제까지 거론하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길 원했고, 한미도 협상의 동력 유지를 위해 그것을 수용하면서 해당 표현이 합의문에 담기곤 했다.

정부 당국자는 또한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따른 합의에 대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있는 분들은 싱가포르 합의가 아직도 중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