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온라인 결제업체 클라르나(Klarna)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해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며 비용 절감을 자신했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부실 대출의 덫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라르나는 2005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BNPL 모델을 대중화했다. 사진은 클라르나 로고./로이터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클라르나는 전날 대비 27% 급락한 1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9월 상장 후 70% 가까이 폭락한 가격이다. 지난해 9월 10일 NYSE에 상장한 클라르나는 당시 150억 달러(약 21조7650억원)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으나, 현재는 53억 달러(약 7조9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클라르나의 실적이다.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기대를 모았던 클라르나는 2025년 2억7300만 달러(약 395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대손충당금 이슈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대손충당금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을 말하는데, 클라르나는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늘린 2억5000만 달러(약 3620억원)로 책정했다.

이는 클라르나의 핵심 사업 모델인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음을 의미한다. 무이자로 할부 결제를 지원하는 BNPL은 소득이 일정치 않은 젊은 층이 주 고객이다. 카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구조 덕분에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클라르나의 사업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2021년에는 시장에서 클라르나의 기업 가치를 460억 달러(약 66조7460억원)까지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연체율이 급증했고, 각국에서 BNPL 규제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우스키 클라르나 CEO가 공언해 온 AI 혁신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클라르나는 그동안 "AI 챗봇이 고객 상담의 3분의 2를 처리해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며 비용 효율화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AI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도 대출 부실이라는 금융업의 근본적인 리스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시미아트코우스키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미래의 더 큰 수익을 위해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시각은 냉담하다. 전문가들은 "AI가 비용을 줄여줄 순 있지만, 금융의 본질인 '리스크 관리'까지 대신해주진 못한다"며 핀테크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클라르나는 오는 26일 전체 연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