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양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려는 영국 정부 계획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진행 중인 핵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핵심 군사 거점인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언은 영국 노동당 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적 합의를 뒤흔드는 동시에, 미·영 관계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1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직접 겨냥해 "영국이 99년 임대 계약을 조건으로 디에고 가르시아 통제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합의 구조를 두고 "기껏해야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어떤 이유로든 이 섬을 넘겨주지 말라"고 영국에 촉구했다. 특히 이란과 핵 협상이 결렬된다면 잠재적 공격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이 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에고 가르시아는 인도양 차고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이곳에는 미·영 공동 군사기지가 들어서 있다. 미국은 1966년 영국과 협정을 맺고 이 섬을 장기 임차해 사용해 왔다. 긴 활주로를 갖춘 이 기지는 테헤란에서 약 5200km 떨어져 있어, 중동 지역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최적 장소로 꼽힌다. 과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미군 폭격기가 이곳에서 출격하며 전략적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섬을 둘러싼 역사는 복잡한 주권 분쟁으로 얽혀 있다. 본래 프랑스 식민지였던 모리셔스 일부였지만, 1814년 나폴레옹 전쟁 이후 영국령이 됐다. 영국은 1968년 모리셔스를 독립시키면서 차고스 제도를 따로 떼어내 영국령 인도양 영토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사이 섬 주민 2000여 명이 강제로 쫓겨났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19년 영국의 차고스 제도 점유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섬을 모리셔스에 반환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스타머 정부는 이런 국제적 압박과 기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주권을 모리셔스에 넘기되, 기지는 계속 사용하는 99년 임대 방식에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주권 자체가 영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백악관 카롤린 레빗 대변인은 수요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게시물을 트럼프 행정부 공식 정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실무진 차원의 협상 내용보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지가 우선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영국 내 정치권 반응도 엇갈린다. 보수당 예비내각 외무장관 프리티 파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머 정부의 불필요한 차고스 항복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꾸짖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영국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합의가 공동 기지의 미래를 보장하고 영국 국민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합의를 통해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지 운영의 안정성을 꾀하려 했으나, 미국 대통령의 공개 반대에 부딪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미국과 모리셔스는 다음 주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보안과 협력을 주제로 이자 회담을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며 동맹국에 전략적 자산 유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