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쿠바에 대한 석유 공급을 차단하면서 쿠바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 산업은 쿠바 경제의 핵심 축인 만큼, 이미 불안정한 쿠바 경제가 한층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촬영된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 위치한 호세 마르티 국제 공항 모습 / AFP=연합

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 항공사 에어캐나다는 이날부터 쿠바 4개 도시를 오가며 주 16회 운항하던 항공편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에어캐나다는 몬트리올과 토론토에서 빈 항공기를 쿠바로 보내, 현지에 체류 중인 캐나다인 관광객 약 3000명을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인은 쿠바를 찾는 최대 외국인 관광객 집단이다.

쿠바의 동맹국인 러시아 항공사들도 항공편 감축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통신사 인터팍스는 로시야 항공(Rossiya Airlines)의 9일 운항편이 취소됐으며, 러시아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빈 항공기가 쿠바로 향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여행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쿠바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러시아 관광객은 약 4200~4700명으로 추산된다.

해외 항공사들이 잇따라 운항을 줄이는 이유는 쿠바 내 항공유 부족 사태 때문이다. 쿠바는 그동안 연료 수요의 대부분을 베네수엘라에 의존해 왔는데, 미국이 지난달 3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제재하면서 쿠바로 향하던 석유 공급이 사실상 끊겼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대체해 온 멕시코산 원유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9일 쿠바와 석유를 거래하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멕시코 정부도 쿠바로의 원유 선적을 중단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쿠바의 석유 수입량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0'을 기록했다. 생활용 연료마저 고갈된 상황에서 쿠바 정부는 자국을 오가는 항공사들에 오는 10일 자정부터 항공기 급유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쿠바행 장거리 항공편들은 도미니카공화국 등 인근 국가에서 급유를 위해 중간 기착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미니카공화국 항공사 에어 센추리(Air Century)의 부사장 파비오 니나는 쿠바 항공 당국이 이번 주에는 50인승 제트기에 필요한 연료를 확보할 수 있지만, 다음 주 상황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워싱턴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결국 연료가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쿠바 내 호텔들도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스페인 호텔 체인 멜리아 호텔 인터내셔널은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쿠바에 있는 자사 호텔 35곳 가운데 3곳의 운영을 중단하고, 해당 호텔에 투숙 중이던 관광객들을 다른 호텔로 옮겼다고 밝혔다. 캐나다 언론 CTV뉴스 역시 쿠바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객실 점유율이 낮은 호텔의 관광객들을 다른 호텔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쿠바 관광 산업은 그동안 외화 수입의 핵심 원천으로 꼽혀 왔다. 쿠바의 다수 관광 관련 사업체는 군부와 연계된 대기업 가에사(GAESA)의 통제 아래 있는데, 가에사는 쿠바 경제의 약 절반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에사는 지난해 6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미국 기업과의 직접 금융 거래가 제한된 상태다.

미국의 제재에 석유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쿠바 관광 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의 쿠바 관광 금지 조치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쿠바를 찾은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쿠바는 자국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원유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며 "항공기 급유 중단은 쿠바 관광 산업에 더욱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