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암전 후 조명이 들어오자, 삼각 대형으로 선 16대의 사람 크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음악에 맞춰 무술 동작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에 흐트러짐이 없어 마치 '칼군무'를 보는듯했다.

휴머노이드는 시시때때로 동선을 바꿔가며 절도 있는 발차기와 공중제비, 복잡한 스텝의 점프 동작을 수행하더니 영화에서나 보던 취권 동작을 시작했다. 특유의 넘어질듯 말듯 흔들리는 스텝 속 상체가 앞뒤로 크게 흔들렸지만 균형을 잃지 않았다. 연결 동작에서의 삐걱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무술 동작은 로봇 훈련사가 허난성 숭산에 위치한 소림사에 직접 휴머노이드를 들고 가 학습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일 오후 8시 애지봇이 주최한 '로봇 갈라쇼'에서 휴머노이드 모델 X2가 비틀대며 취권 동작을 수행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 대표 로봇기업 애지봇(Agibot·智元机器人)이 지난 8일 '로봇의 신기한 밤'이라는 이름의 갈라쇼를 열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갈라쇼는 총 12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으며, 사람이 아닌 로봇 200여대가 주인공이었다. G2, X2 등 애지봇의 최신형 모델이 총동원됐다. 무대는 물론 관객석도 로봇이 채웠다. 애지봇은 이를 '세계 최초의 로봇 갈라쇼'라고 소개했다.

갈라쇼엔 춤과 무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공연이 펼쳐졌다. 갈라쇼는 와이어 액션이 동원된 휴머노이드 춤 공연으로 문을 열었고 곧이어 코미디 극이 이어졌다. 옷을 입고 연기를 하는 휴머노이드는 극의 소품이 아니라 캐릭터로서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았다. 코미디 극 특성상 대사가 1초만 느리거나 빨라도 흐름이 깨질 수 있는데, 휴머노이드 '배우'는 실수 없이 흐름을 따라갔다.

곧이어 여성 얼굴에 요정 귀를 단 휴머노이드가 등장했다. 의자에 앉아 발라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휴머노이드는 박자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는가 하면, 감정을 담아 노래 부르는 가수처럼 눈을 감기도 했다. 실제 로봇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자연스러웠지만 얼굴 표현과 움직임이 지나치게 사실적이어서 묘한 거부감이 들었다.

지난 8일 오후 8시(현지시각) 애지봇 '로봇 갈라쇼'에서 휴머노이드가 노래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이 밖에 10여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휴머노이드와 짝을 이뤄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맞춰 왈츠를 추는가 하면, 카드 마술과 공중부양 마술을 선보인 로봇 마술쇼와 로봇 패션쇼, 로봇 토크쇼 등도 진행됐다. 한 춤 공연에선 휴머노이드가 4족보행로봇(로봇개)을 탄 장면도 나왔다.

전날 오후 8시(현지시각)부터 약 50분간 진행된 이 갈라쇼는 그 자체로서 재미를 추구한다기보단 '로봇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쇼로 평가된다. 무대에 선 로봇들은 그간 빈번히 볼 수 있었던 '칼군무' 공연 이상으로 동작 수행이 매끄러워졌으며, 춤 이외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학습이 완성된 모습이었다.

애지봇 본사가 위치한 상하이의 상관신문은 "로봇이 오차 없이 군무를 추기 위해서는 정밀한 집단제어 기술이 필수적이며, 무술 동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밀리초(ms·1000분의 1초) 단위의 반응 속도와 오차 없는 협업이 요구되는 이 무대에선 센서 오류나 신호 간섭 등 작은 변수 하나만 발생해도 실수로 이어지지만, 오차 없이 수행해낸 점이 의미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