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열린 태국 총선에서 아누틴 찬위라꾼(60)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 품짜이타이당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임 가능성이 커진 아누틴 총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9일 타이 PBS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개표율 92% 기준 품짜이타이당은 하원 500석 중 194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주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진보 성향의 국민당은 116석 확보에 그쳤다. 태국 총선에서 왕실과 군부의 지지를 받는 보수 정당이 제1당에 오른 것은 1996년 총선 이후 처음이다.
이번 총선에서 품짜이타이당과 연대 해 온 끌라탐당도 5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 당의 의석수만 합쳐도 과반인 251석을 넘게 된다. 이에 따라 아누틴 총리의 연임은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누틴은 이제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연립 정부를 이끌게 됐으며, 이는 최근 수년간 동남아시아 국가를 뒤흔들고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던 정치적 혼란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누틴 총리는 1966년 9월 13일 태국 방콕에서 태어났다. 그는 태국의 유력 건설업체 시노-타이 엔지니어링 앤 컨스트럭션(STECON)의 경영자이자 정치인인 찬바랏 찬위라꾼의 장남이다. 뉴욕의 호프스트라 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태국으로 돌아와 가족 기업 경영에 참여했다.
정계는 1996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창립한 타이락타이당에서 외교부 장관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입문했다. 이후 2004년 상무부 차관을 거쳐 2004~2006년 보건부 차관을 지냈다. 그러나 2006년 군부 쿠데타 당시 당적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소속 의원들과 함께 이듬해부터 5년간 정치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다.
아누틴 총리는 2012년 정계에 복귀해 품짜이타이당에 합류했다. 그는 2019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쁘라윳 짠오차 정부 2기 내각에서 부총리 겸 보건부 장관을 지냈으며, 봉쇄·백신 조달·치료 체계 구축 등 태국 내 코로나19 유행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주도했다. 특히 2022년 의료 목적의 대마초 합법화 정책을 이끌며 '대마초 왕'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내무부 장관을 맡고 있던 중 전임 패통탄 친나왓 총리가 파면되면서 신임 총리에 올랐다. 아누틴 총리가 총리로 선출된 지난해 9월 당시만 해도 품짜이타이당은 하원 제3당에 불과했지만, 하원 1당이었던 국민당이 제시한 집권 4개월 이내 의회 해산, 개헌 추진 등의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며 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두 당은 의회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 끝에 석 달 만에 결별했고, 아누틴 총리는 소수파로 전락해 불신임 위기에 직면하자 의회 해산을 결정했다.
아누틴 총리는 불안정한 태국의 대외 환경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태국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와 무력 충돌을 벌이는 등 국경 지역에서 크고 작은 교전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아누틴 총리는 "캄보디아가 미사일 한 발을 쏘면 태국은 100발을 쏘겠다"고 발언하고 국경 장벽 건설을 약속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국민당은 징병제 폐지와 군 장성 감축 등을 주장하다 역풍을 맞았다.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보 이슈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투표는 태국과 캄보디아가 국경 분쟁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유혈 사태가 심각했던 충돌을 벌인 지 불과 몇 달 만에 치러졌다"며, 선거 결과에 대해 "최근 몇 년간 태국을 휩쓸었던 진보 운동에서 벗어나 외부적 위협이 존재하는 시점에 연속성을 바라는 분위기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누틴의 성공에는 민족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점과 농촌 지역에서 경쟁 정당 소속 정치인들을 끌어들이려는 품짜이타이당의 전략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