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현지시각)가 되자마자 '아이마오타이(i茅台)' 앱을 새로고침했다. 중국 최고의 명주로 꼽히는 마오타이 바이주를 사기 위해서다. 이달 초 중국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에서 곁들인 그 술이다.

아이마오타이 앱에서 1월 29일 오전 9시(현지시각) 테이톈 53도 수량이 동난 모습. 하단 회색 버튼에 '9시 5분 재입고 예정' 이라고 쓰여 있다. /아이마오타이 앱 캡처

아이마오타이 앱의 쇼핑 탭에 들어가니 대표 제품인 '페이톈(飞天) 53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2026년산이 1499위안(약 30만8000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2019년산이 2649위안(약 54만5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그러나 몇 년산을 고를지 고민할 새도 없이 구매 창엔 '9시 05분 재입고 예정'이라는 안내가 떴다. 2019~2024년산은 당일 재입고 없이 바로 품절됐다. 약 10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9시 5분이 되자 구매 버튼은 3초 만에 '5분 뒤 재입고' 버튼으로 바뀌었다. 이후 5분 간격으로 몇 번의 재입고가 더 이뤄진 뒤, 9시 30분이 막 지난 시각에 이날 판매 수량이 전부 동났다.

9시 9분부터 판매를 시작한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수, 용량 가리지 않고 줄줄이 품절됐으며, '말의 해' 기념 포장이 된 신년 에디션을 포함한 모든 제품이 순식간에 동났다. 구매하려는 제품과 수량을 미리 정해둔 뒤 '오픈 런'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만큼 소진 속도가 빨라, 인기 가수 콘서트 티켓팅을 하는 듯 했다.

중국의 한 마트에 마오타이 제품이 진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국영기업인 구이저우마오타이(贵州茅台)가 전용 모바일 앱까지 개발해가며 온라인 한정 판매를 시작한 건 인기 하락 때문이다. 마오타이는 중국 바이주의 상징으로, 치솟는 가격 때문에 한때 투자 자산으로도 여겨졌다. 그러나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 때문에 기존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크게 줄었고, 주류 시장에 신규 유입됐어야 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마오타이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여기다 지난해 5월 중국 정부가 고위직 '금주령'을 내려 업무 식사와 공식 행사에서의 술 제공을 금지했다. 관영 매체는 "술 한 잔이 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고성 문구까지 실었고, 그 결과 '지위의 상징'이었던 마오타이 소비가 급감했다.

페이톈 마오타이의 도매 가격은 지난해 연초만 해도 2200위안(약 45만3000원)을 웃돌았으나, 6월 들어 1900위안대(약 39만1000원)로 내렸고 연말엔 1490위안(약 30만7000원)까지 하락했다. 일부 주류 소매 플랫폼에서는 도매가보다 싼값에 팔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지난해 매출은 10년래 최저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온라인' '저가' '한정 수량'이라는 수를 뒀다. 한정된 수량을 온라인에서 기존 소비자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직접 팔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마오타이 '말의 해' 기념 버전. 오전 9시 판매 개시와 동시에 수량이 동나 하단 회색 버튼에 '품절'이라고 적힌 모습. /아이마오타이 앱 캡처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이달 1일부터 자사 앱 '아이마오타이'에서 인기 제품을 판매 중이다. 매일 오전 9시에 판매가 시작되며, 가장 인기가 많은 페이톈 53도는 5분마다 재입고된다. 1인당 최대 12병까지 살 수 있다. 앱에서 1499위안에 판매되고 있는 페이톈 53도 2026년산의 대형마트 판매가는 1600~1800위안으로, 앱 판매가가 시중보다 100~300위안(약 2만~6만원) 저렴한 셈이다. 다만, 구매 시 현지인 신분증으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하며, 외국인 여권으로는 구매할 수 없다.

마오타이 온라인 구매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자,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대리 구매 서비스까지 나타났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대리 구매는 건당 20~50위안(약 4100~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이달 출시된 신제품인 '말의 해' 기념 마오타이는 중고 시장에서 한 병당 700위안(약 14만3000원) 이상 비싸게 팔리면서 중고 거래 업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 자동화 도구를 이용해 사전 접속, 자동 구매 등의 기술적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재경은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나란히 놓은 뒤 자동화 프로그램을 실행해 구매 페이지를 반복적으로 새로고침하며 상품을 선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프로그램은 원래 마오타이 구매용이 아니라 콘서트 티켓 예매 등에 사용되던 편법 도구였지만, 마오타이 중고 거래 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자, 마오타이 구매에 특화된 자동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