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예상치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 활동 여파로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르고 있다.

테슬라 모델 Y 후면부에 새겨진 테슬라 이름 / 로이터=연합

28일(현지 시각) 테슬라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 이상 오른 430달러(약 61만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정규장 마감 후 테슬라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이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한때 449.76달러(약 64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테슬라의 부진한 실적과 대조적이다. 테슬라는 이날 4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매출 249억 달러(약 36조원), 주당순이익(EPS) 0.5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 EPS는 17% 각각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연간 전체 매출은 948억 달러(약 135조원)로 전년보다 3% 줄었고, 이 가운데 자동차 매출은 695억 달러(약 99조원)로 10% 감소했다. 테슬라의 연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46% 감소한 38억 달러(약 5조원)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머스크의 정치 참여와 전기차 경쟁 심화로 전 세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도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BYD에 내줬다. 실적 악화와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이후 급락했던 주가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테슬라 주가가 실적과 반대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인공지능(AI)과 로봇에 집중하는 머스크의 전략을 시장이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머스크의 AI 회사인 xAI에 약 20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미 테슬라는 자사 차량에 xAI의 챗봇 '그록(Grok)'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로 양사의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테슬라는 AI를 물리적 세계로 가져오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와 기본 합의서는 물리적 세계에 AI 제품과 서비스를 대규모로 개발·배포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미래 먹거리인 로봇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몇 달 안에 모델 S와 모델 X 생산을 중단하고,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의 생산 공간을 연말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으로 전환해 연간 1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테슬라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전용 차량 '사이버캡', 전기트럭 '세미', 에너지 저장장치 '메가팩3'의 생산 라인을 올해 양산 시작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공개했다. 미국과 중국, 독일 등에 공장을 보유한 테슬라는 로보택시를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자율주행 선두 기업인 구글의 웨이모를 뛰어넘을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투자회사 아크 인베스트의 투자 분석 책임자인 타샤 키니는 "웨이모가 더 많은 상용 주행 거리를 기록했지만, 테슬라는 웨이모가 갖지 못한 규모의 경제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가치를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며 "머스크가 자율주행 택시와 고난도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분야에서 테슬라를 선두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최고 기록에 근접해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실적에 대해 "머스크가 전기차 사업을 후순위로 미루고 AI 및 로봇공학 전략에 집중하려는 테슬라의 험난한 미래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