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약 72만5000원)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투자 수요가 맞물리며 금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 현물.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5100달러를 웃돌며 최고치를 다시 썼다. 글로벌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금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금값은 이미 큰 폭으로 올랐으며, 일부 분석가들은 연내 6000달러 선 돌파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금 가격 전망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런던금속시장협회(LBMA) 조사에서는 올해 금값이 평균 4700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사상 최고치가 70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 가격 전망치를 기존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금값 상승의 배경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선 거론된다. 그린란드 문제와 관세 불확실성을 둘러싼 미국과 동맹국 간 마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 다가오는 미국 선거 일정 등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는 주식시장에 대한 경계 심리도 자금의 일부를 금으로 이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강력한 매입도 금값을 떠받치고 있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을 금으로 다변화하려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중앙은행 수요는 올해도 견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월평균 금 매입량이 60톤(t)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을 550t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중국 중앙은행 역시 14개월 연속 금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과 개인 투자자 수요도 가격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금리는 하락할수록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향후 금리 인하 국면이 이어질 경우 금 투자 매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 ETF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북미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보석용 금 수요는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다소 둔화됐지만, 인도와 유럽을 중심으로 금괴와 금화에 대한 실물 투자 수요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지만, 전체 수급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단기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거나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마진콜(레버리지 거래에서 증거금 보충 요구)이 발생할 경우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진정될 경우 상승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금값 하락이 나타나더라도 매수 기회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제와 지정학 환경이 단기간에 안정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금이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핵심 안전자산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