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연방 이민 단속 요원이 쏜 총에 미국 시민이 숨진 사건을 둘러싸고 트럼프 행정부와 지역 주민 간의 대립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연방 당국이 사망자들을 '범죄 용의자'로 지칭하며 책임을 돌리자 지역 사회의 반발과 시위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단속 당국에 의한 사살 사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시위는 연방 요원이 민간인을 총으로 쏜 데 대한 분노 속에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달 연방 요원의 총격으로 잇달아 숨진 이들을 범죄 용의자로 규정하며 이들의 '잘못된 선택'이 비극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분노한 지역 주민들은 거리로 나서 트럼프 행정부와 연방 이민 단속을 규탄했다.

전날 총격을 가한 연방 국경순찰대(USBP) 요원의 지휘관인 그레고리 보비노는 25일(현지 시각)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7일 사망한 여성 르네 굿과 전날 숨진 남성 알렉스 프레티를 "용의자들(suspects)"이라고 지칭했다.

보비노는 "두 명의 용의자가 총에 맞았다"며 "법 집행관의 생명을 공격하거나, 업무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용의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잘못된 선택과 결정을 내리고 법 집행 상황에 개입할 때, 그것이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은행 강도 사건 현장에 비유하며 "은행 강도 범행이 진행 중이고 경찰이 대응하는 현장에 들어가 어떤 행동을 하려 한다고 생각해보라"며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비노는 국경순찰대 요원들이 오히려 피해자라고도 했다.

CNN 인터뷰에서도 보비노는 프레티를 '용의자'로 부르는 것이 피해자 책임론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피해자는 국경순찰대 요원들"이라며 "용의자가 스스로 그런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니애폴리스에서의 이민 단속 임무는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 집행기관을 비방하는 정치인이나 언론인, 지역사회 지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며, 그에 따른 결과가 따른다"며 "그러한 행동과 선택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1년 전만 해도 알려지지 않았던 보비노가 이제 트럼프 행정부 이민 단속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에 프레티가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권총 사진을 올리며 "장전됐고(2개의 꽉 찬 추가 탄창과 함께) 발사 준비가 됐다"고 적어 사건 책임을 사망자에게 돌리는 당국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미네소타주 수사 당국은 이번 프레티 사망 사건에서도 연방 당국이 지역 당국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미네소타주 당국은 전날 증거 인멸을 막아달라는 긴급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미네소타 연방법원은 이를 인용해 증거 보존을 명령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미니애폴리스 시내 중심부인 '거번먼트 플라자' 광장에는 영하 20도의 혹한 속에서도 약 1000명의 시위대가 모여 연방 당국을 규탄하고 프레티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나가던 차량들은 경적으로 지지를 보냈고, 시위대는 "더 이상 미네소타의 친절함은 없다, 미니애폴리스가 맞서 싸울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마야 리는 지역 일간 미네소타 데일리에 "이제 우리는 우리 도시에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며 "누가 우리를 보호해야 할 요원인지, 아니면 우리를 위협하는 침입자인지 알 수 없다. 알렉스는 간호사였고 사람들을 돕던 사람이었다. 그가 이런 방식으로 죽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당국의 강제 진압이나 시위대와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