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3개월여 만에 중의원(하원)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높은 내각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정권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산과, 야권 전열이 정비되기 전 허를 찌르겠다는 전략이 함께 맞물린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23일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은 이날 오전 각의를 열고 중의원 해산을 결정했다. 오후 본회의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의장이 해산 조서를 낭독하면서 의원 임기는 즉시 종료됐다. 이번 해산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내각 시절이던 2024년 10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조기 총선은 오는 27일 선거 공시를 거쳐, 다음 달 8일 투표를 진행한다.
일본 매체들은 이번 총선에서 연립 정권 재편을 두고 유권자들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자민당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과 동시에 지난 25년간 동고동락해 온 공명당과 결별했다. 대신 개혁 성향 우파 정당 '일본유신회'와 새로 연립 정권을 구성했다. 현재 자민당(199석)과 일본유신회(34석) 의석 합계는 233석으로, 전체 465석 중 과반을 간신히 넘긴 상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제·안보 정책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야권은 '반(反) 다카이치' 기치 아래 뭉쳤다. 자민당 오랜 파트너였던 공명당은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손을 잡고 '중도개혁연합'을 창당했다. 이념적 색채가 다른 두 당은 다카이치 정권의 급격한 우경화를 견제하고, 평화 헌법 원칙을 수호하겠다는 명분 아래 뭉쳤다. 중도개혁연합은 해산 직전 기준 172석을 확보해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번 선거는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짙다"며 "자민당 자체보다는 총리 개인 인기에 의존하는 선거"라고 분석했다.
쟁점은 '물가 대응을 둘러싼 경제 정책'이다. 일본은 엔화 약세와 수입 물가 상승 영향으로 최근 식료품과 외식비를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당 연합은 가계 부담 완화를 위해 경감세율(8%)이 적용되는 식품 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야당 연합은 슈퍼마켓 식재료와 가공식품 등 일상 식품 전반에 걸친 소비세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밖에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 외국인 체류 및 관광객 관련 이슈도 주요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임금 인상과 노동자 지원을 강조하는 국민민주당(DPFP·27석)과 '일본 제일주의'를 내세운 참정당(3석) 등 소수 정당 움직임도 변수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다카이치 총리의 국정 장악력이 판가름 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카이치 총리는 해산 명분으로 '국민의 신임'을 앞세웠다. 그는 "작년 10월 총리 취임과 새로운 연립 정권 출범에 대해 아직 국민의 직접적인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현재 60~7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이번 조기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다카이치 총리는 국정 주도권을 확실히 쥐게 된다. 반대로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책임론과 함께 퇴진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당락 윤곽은 이르면 8일 자정 무렵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