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 개방이 임박하자, 그동안 석유 공급망에 차질을 겪어 온 인도 정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 최대 민간 정유사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 로고 / 로이터=연합

12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고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자원을 장악하기 위해 개입하면서, 인도 정유 업체들이 미국의 제재로 인해 구매를 거의 중단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에 다시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9일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최대 민간 정유사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가 원유 공급 확보를 위해 베네수엘라산 원유 구매 승인을 얻고자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과거에도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바 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비롯한 인도 정유업체들은 2018년까지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주요 구매처였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구매하기 어려워졌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리며 베네수엘라산 원유 감소분을 대체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 인도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는 지난 6일 "잠나가르 정유소가 최근 3주 동안 러시아산 원유를 전혀 공급받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다시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자 인도 정유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는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아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보다 저렴하게 거래된다. 값싼 러시아산 원유의 대체 공급원을 찾고 있는 인도 정유 업체들로서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한 이후, 인도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을 점진적으로 늘려 왔다. 인도는 2025년 3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14억 달러어치 수입했다. 이는 2020년 3월까지의 회계연도에 기록된 60억 달러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시장을 전면 개방할 경우 수입량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남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쿠겔만은 "원칙적으로 인도는 얻을 것이 많다"며 "인도의 민간 에너지 대기업들은 베네수엘라산 중질 원유를 정제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특히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계속 줄여 나간다면 해외 석유 공급원을 다변화하려는 인도의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금융서비스 기업 S&P 글로벌에서 유라시아·아프리카·중동 지역 원유 및 연료 연구를 총괄하는 프레마시시 다스 역시 "인도 정유업체들은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매우 익숙하며, 여건이 호전되면 다시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