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약 범죄 조직 우두머리로 지목해 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배우자를 체포하면서, 마두로 본인뿐 아니라 부인인 실리아 플로레스(70)에게도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보다 여섯 살이 많은 플로레스는 통상적인 퍼스트레이디의 범주로 묶기 어려운 인물로 평가된다. 플로레스는 대통령의 배우자이기 이전에 베네수엘라 권력의 핵심부를 직접 관통해 온 정치 엘리트로, 과거 차베스 체제에서 입법과 사법 권력을 모두 거쳤다.
플로레스의 정치적 부상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쿠데타 실패로 수감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으며 신임을 얻었고, 핵심 측근으로 급부상했다. 같은 시기 노동운동가 출신이던 마두로와도 인연을 맺었다.
차베스 정권 출범 이후 플로레스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회의장을 지냈고, 2012~2013년에는 검찰총장을 맡아 국가 사법 권력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차베스 체제의 권력 기반을 제도적으로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두로 역시 외교·노동 분야를 중심으로 권력 핵심에 진입했다.
그러다 2013년 차베스가 급격히 사망한 뒤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마두로가 승리했고, 같은 해 7월 마두로는 플로레스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 모두 과거 혼인 이력이 있고,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둔 상태였다. 이 때문에 당시 베네수엘라 안팎에서는 이를 단순한 결혼이 아닌 '권력의 결합'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마두로 집권 이후 플로레스의 위상은 더욱 강화됐다. 마두로는 그를 '영부인' 대신 '나의 첫 번째 전사(first combatant)'라고 불렀고, 플로레스는 주요 정치 일정에 동행하며 정권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부각하는 역할을 맡았다. 동시에 서방 국가들은 플로레스와 그의 측근들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의 금융·비자 제재 대상에 포함된 바 있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은 소셜미디어와 공개 행보를 통해 '정상 국가 지도자 부부'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특히 미국이 카리브해 일대에 군함과 병력을 전개하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한 이후, 마두로는 지지 집회를 담은 영상들을 잇달아 공개했고 플로레스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체포로 상황은 급변했고, 재판 결과에 따라 마두로 체제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두로·플로레스 부부는 마약 테러 공모 등의 혐의로 이르면 오는 5일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며, 재판 전에는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