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했던 인디애나주 선거구 재획정(게리멘더링·gerrymandering) 시도가 좌절됐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텃밭이었던 인디애나주 상원이 트럼프 압박에도 이례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AP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인디애나주 상원은 공화당이 유리하도록 설계된 선거구 재획정 법안을 부결시켰다. 당초 이 법안은 공화당이 절대다수(supermajority)를 차지한 의회 구조상 통과가 유력했다. 그러나 이날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21명은 민주당 의원 10명 전원과 함께 예상 밖 반대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州) 정부들에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며 선거구 조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통상 선거구 획정은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지지만, 이례적으로 회기 중간에 변경을 강행하려는 시도였다. 이번 법안이 통과됐다면 인디애나주 연방 하원 의석 9석을 공화당이 모두 차지할 수 있었다.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인디애나에서 현재 민주당이 강세인 인디애나폴리스 지역은 4개 선거구로 쪼개 농촌 지역과 묶는다. 이를 통해 민주당 표를 농촌 지역 공화당 표로 희석시키겠다는 전략이다.
JD 밴스 부통령이 이를 위해 직접 인디애나 의원들을 두 차례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0월 전화 회의에 참석해 15분간 설득했다. 트럼프는 표결 전 소셜미디어에서 "공화당원들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것을 민주당에 뺏길 것"이라며 해당 계획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향후 경선에서 대항마를 지원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다. 그렉 구드 공화당 주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사랑하지만, 내외부에서 지나친 압박(over-the-top pressure)을 가하는 건 옳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일부 유권자들은 자기 마을이 쪼개지거나, 다른 지역과 묶이는 데 강력히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개스킬 공화당 주 상원의원이 "다른 주들도 게리맨더링을 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뉴잉글랜드와 일리노이주 사례를 들어 찬성을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폭력적인 위협도 잇따랐다. 법안에 반대한 에드 클레어 주 하원의원은 자택 앞에 파이프 폭탄이 있다는 신고를 받아 경찰 특공대가 출동하는 소동을 겪었다. 인디애나주 경찰은 이외에도 다수의 의원이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클레어 의원은 "이런 위협은 트럼프식 압박 캠페인과 승자독식 사고방식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며 "말에는 결과가 따른다"고 했다.
이번 표결 당일 상원 의사당 밖에서는 시위대가 "패배자들만 속임수를 쓴다(Losers cheat)"는 피켓을 들고 "공정한 지도"를 외쳤다.
이번 부결은 트럼프의 당내 장악력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AP는 "공화당 주도 상원이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국적으로 텍사스,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등 일부 주에서는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가 새로 짜여졌다. 하지만 유타주에서는 법원이 제동을 거는 등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