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프라이스 아마존 스튜디오 전 대표가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추진에 대해 "할리우드의 권력이 한 곳으로 쏠리는 구조가 된다"고 경고했다. 월가 등에서도 이번 인수가 넷플릭스의 기존 스트리밍 중심 모델을 뒤흔들고, 대규모 자금 소요와 반독점 심사 등 상당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라이스 전 대표는 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이번 합병이 영화 산업의 창의성과 거래 구조, 생산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사실상 스트리밍 시대의 첫 초대형 '콘텐츠 수직 통합' 사례가 되는 만큼 업계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프라이스는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면 영화 제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창작 활동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중력'에 종속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구매권력이 한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를 초래한다며 창작자들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보상과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이미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워너의 제작·배급까지 통합될 때 시장 지배력은 이전과 차원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넷플릭스는 인수 후에도 워너브라더스 영화의 극장 개봉과 기존 스튜디오 운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워너브라더스 TV 채널은 별도 회사로 분리하고 HBO는 넷플릭스에 통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제작 기반 확대와 일자리 창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가 업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광고·계정공유 차단 등 사업모델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번 인수가 '제2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시장 전체를 보면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거대 플랫폼은 다수 존재한다. KPMG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 지출은 컴캐스트 370억달러, 유튜브 320억달러, 디즈니 280억달러, 아마존 200억달러, 넷플릭스 170억달러 순이었다. 파라마운트도 150억달러를 집행했고 컴캐스트와 파라마운트는 이번 워너 인수 입찰에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스트리밍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콘텐츠 확보가 기업 생존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현실에서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는 경쟁자들을 치고 나가기 위한 자구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프라이스 전 대표는 "문제는 소멸이 아니라 중앙집중화"라며 대형 미디어 기업이 콘텐츠 지출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 문화와 취향, 위험 감수 성향이 획일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프라이스는 출판업계에서 펭귄랜덤하우스-사이먼앤슈스터 합병이 무산된 사례를 언급하며 "콘텐츠 구매자가 한 곳으로 집중되면 시장 전체가 왜곡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다. 극장주, 프로듀서 등 다양한 창작 종사자들은 "콘텐츠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오스카 수상 배우 제인 폰다는 "법무부가 규제 권한을 정치적 양보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적 경험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합병 충격을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배급 질서·개봉 전략·노동시장까지 광범위한 재편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CNBC에 "이번 합의에 매우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합병은 대규모 반독점 심사에 들어갈 전망이며, 넷플릭스가 계약 무산 시 지급해야 할 58억달러 규모의 해지 수수료도 주목받고 있다. 해지 수수료가 이례적으로 큰 수준인 만큼 넷플릭스가 되돌리기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월가에서는 이번 거래가 AI 경쟁력 확보에도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제너스헨더슨 인베스터스는 보고서에서 "AI 모델 훈련의 핵심은 대규모 영상 데이터이며, 워너브라더스 IP는 넷플릭스의 AI 우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텐츠 자체가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이번 인수는 단순 미디어 합병이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과도 연결된다는 해석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번 합병이 실현될 경우 창작 생태계, 노동시장, 콘텐츠 투자 구조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