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거품론이 쉽사리 꺼지지 않는 가운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수익률 부진으로 거래량이 급감, 가격이 폭락하는 등 지속적 하락세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두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안전 자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기관 그린스트리트는 "1997~2000년 닷컴 버블 당시에도 부동산은 기술주 대비 '지루한 자산'으로 취급되며 투자자들에 소외받았다"며 "AI 랠리가 둔화하거나 조정을 맞게 되면 투자자들은 부동산부터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RXR은 최근 가격이 30% 이상 조정된 맨해튼 오피스를 매입했으며, 블랙스톤 또한 샌프란시스코 오피스를 인수하는 등 시장 진입에 나선 바 있다. 그린스트리트 분석에 따르면 사모 부동산의 위험보상 스프레드 기준 현재 부동산은 '적정 가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장 리츠는 20년 만에 가장 저평가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핵심 투자자인 연기금과 보험사가 손을 떼면서 급격히 얼어붙은 바 있다. 기존에 기관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의 10% 이상을 부동산에 배분, 적극적인 매입세를 유지했으나 이들이 주식시장 비중을 높이면서 자연스레 거래량이 쪼그라들게 된 것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올해 12월 기준 3년 만에 순매입세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거래량은 과거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2022년 대비 평균 17% 하락한 상태로, 오피스와 아파트는 각각 36%, 19% 떨어져 '깊은 조정' 국면에 머물러 있다. 이들은 장부가 대비 가격이 하락한 부동산을 대규모로 보유해 부동산 추가 매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데이터센터 등 신흥 자산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부동산의 인기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이후 미국 사모 부동산 펀드 총수익률은 20%에 그친 반면, 동기간 S&P500 지수는 150% 상승세를 보였다. 인프라, 원자재 등 다른 대체 자산 대비 경쟁력이 낮다는 점과 고금리, 보수 비용 증가로 오피스와 아파트의 투자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 또한 거론된다.
다만 신규 공급이 사실상 막히면서 부동산 수익률이 크게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개발사 모튼슨에 따르면 상업용 건물 건설 비용은 2020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약 40% 급등했으며, 이 때문에 신규 개발이 더뎌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리테일 부문의 경우 10년 이상 신규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임대료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인기가 회복되더라도 투자 패러다임은 바뀔 것이라 지적한다. 저금리 시절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해 매매 차익을 거두는 기존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드릭 라셍스 그린스트리트 연구원은 "이제는 임대 수익이 훨씬 중요한 시대"라며 "시니어 주택, 고급 오피스, 리테일 등 비인기 자산군이 현재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