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전쟁 범죄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군의 '마약운반선' 격침 후 생존자 제거 작전에 대해 미 백악관이 이른바 '2차 공격'을 사실상 인정했다. 백악관은 해당 명령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아닌 현장 지휘관인 해군 제독에 의해 내려졌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신화통신=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은 '나르코 테러리스트(마약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단체에 전쟁법에 따라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권한을 부여했다"며 해당 공격은 "헤그세스 장관이 브래들리 제독에게 물리적 타격 권한을 위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레빗 대변인은 "브래들리 제독은 부여받은 권한과 법의 범위 내에서 마약운반 의심 선박을 파괴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2차 공격 명령이 브래들리 제독의 결정이냐'는 질문에는 "그는 그의 권한 내에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사건은 지난 9월 2일 발생했다. 당시 미 해군은 마약을 운반 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국적 선박을 격침했고, 이후 잔해에 매달려 있던 생존자 2명을 추가로 제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헤그세스 장관이 '전원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레빗 대변인은 헤그세스 장관이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했을 뿐, 현장 작전 지휘는 브래들리 제독이 맡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꼬리 자르기'식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또 "미국 정부는 이들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대통령은 국가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대상에 대해 제거 권한을 갖는다"며 카리브해 일대에서 진행 중인 해군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마약 테러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공해상 공격을 교전 상황으로 간주하기 어렵고, 해당 선박들이 실제로 마약을 운반하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투 능력이 없는 생존자에 대한 2차 공격은 국제법은 물론 국내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0월 16일의 유사한 작전에서는 생존 선원 2명을 구조해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로 송환한 전례가 있어 이번 2차 공격의 정당성은 더욱 의문시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당 사안과 관련해 안보팀을 긴급 소집했다고 레빗 대변인은 밝혔다. 이번 사안이 정치적 역풍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 내 기자들과 만나 "생존자 살해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헤그세스 장관의 주장이고, 나는 그를 믿는다"고 말했다. '2차 공격이 합법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그것(2차 공격)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며 "첫 번째 공격이 이미 매우 치명적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선박은 2만5000명의 미국인을 죽게 한 마약 밀수 책임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미군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군 작전 자체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미국은 지난 9월 이후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수 의심 선박을 총 21차례 공격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8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