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 공룡 월마트가 53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떠나 나스닥으로 이동한다. 유통 구조 전반에 인공지능(AI)이 확산되는 가운데,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월마트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내달 9일부터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8520억 달러(1254조원)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업 중 네 번째로 크다.
월마트는 1972년부터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돼 왔다. 이번 나스닥 이전은 역대 최대 규모의 상장 이전 사례로, 오랜 경쟁자인 뉴욕증권거래소를 제치고 나스닥에 큰 승리를 안겨주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형 산업·금융 기업이 주로 상장돼 있고, 나스닥은 엔비디아 등 기술 기업이 중심을 이루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월마트는 비금융 기업 100개로 구성된 나스닥 100 지수에도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마트는 이번 결정이 자사의 기술 중심적 접근 방식과 산업 재정의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존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월마트는 자동화와 AI를 통합해 옴니채널 소매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상장 거래소를 변경하는 이유는 보통 투자자 기반, 기술 및 서비스 측면에서 더 적합한 거래소를 찾거나, 상장·규제 준수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월마트의 이전은 이러한 요인 중 전자와 더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기업의 나스닥 편입이 월마트가 처음은 아니다. 코스트코는 이미 1985년에 나스닥에 상장됐고,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와 하기스 제조사 킴벌리-클라크 역시 올해 상반기 나스닥으로 이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거의 모든 주요 미국 기업들이 AI 전략을 갖추고 기술에 투자하고 있어, 기술 기업과 비기술 기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제이콥슨은 "월마트가 곧 나스닥 100 지수에 포함될 것이라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이는 다른 유형의 투자자를 끌어들이게 되고, 기술주에 투자하려는 이들은 필수 소비재 기업인 월마트를 함께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마트는 이날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당기순이익이 61억 달러(약 9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5년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4.8∼5.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3개월 전 실적 발표 때 제시했던 매출 증가율 전망(3.75∼4.75%)을 한 차례 상향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