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중일 갈등의 새 불씨를 지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분간 냉랭한 첫 정상회담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에는 '대만 문제'가 정면으로 터져 나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3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진 한 장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경주 APEC 기간 만난 각국 정상들과의 사진을 게시했다. 여기에 대만 대표로 참석한 린신이 총통부 선임고문과 악수하는 모습이 포함됐다. 그는 "린 고문과 짧게 인사했다"고 적었다. 이어 별도 게시물에서는 "일본과 대만의 실무 협력이 깊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남겼다.

일본 총리 사나에 다카이치가 2025년 10월 31일 회담을 앞두고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을 내고 격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지도자가 APEC 회의 기간 고집스레 중국 대만 당국 인사를 만났다"며 "소셜미디어에 크게 선전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어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대 정치문건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대만 독립'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발신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질과 영향이 아주 나쁘다"며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중국은 구두 비난에 그치지 않았다.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을 향해 '엄정한 교섭'과 강한 항의를 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은 중국 외교가에서 사용하는 최고 수위 항의 표시다. 중국은 역사 문제까지 끌어왔다. "일본은 장기간 대만을 식민 통치해 씻을 수 없는 엄중한 역사적 죄책을 지고 있다"며 "응당 더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두 나라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략적 호혜'는 커녕 시작부터 역사 문제와 대만 암초에 부딪히는 모양새다.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31일 경주에서 30분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회담은 시종일관 냉랭했다. 두 정상은 30분 내내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서로에게 준비한 입장만 전달하며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당시 시 주석은 1995년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정신까지 언급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솔직한 대화'를 내세우면서도 중국 인권 문제와 동중국해 갈등, 북한 문제 등 일본의 '과제'를 적극 언급하며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