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디어 공룡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CNN을 포함한 자사 미디어 자산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CNN과 HBO를 보유한 이 회사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부문과 뉴스·스포츠 부문을 분리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뒤 복수의 인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파라마운트를 인수한 스카이댄스 미디어의 데이비드 엘리슨 최고경영자(CEO)다. 엘리슨은 CNN과 CBS를 한 지붕 아래 두는 '뉴스 통합 플랫폼'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보수 성향 매체 '프리 프레스'를 인수하고, 창립자 바리 와이스를 CBS 뉴스 편집장으로 영입했다. 파라마운트 측은 입찰 여부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CEO는 "시장 내 기업들이 우리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스트리밍·스포츠 자산뿐 아니라 전체 사업을 대상으로 한 '요청받지 않은 입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2026년까지 사업을 두 개로 분리할 계획이다. 하나는 HBO·HBO맥스·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부문, 다른 하나는 CNN·TNT스포츠·디스커버리 채널을 포함한 뉴스·라이브TV 부문이다. CNN은 최근 시청률 하락과 스트리밍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지난 1월 전체 인력의 6%를 감축했다.
업계에서는 CNN이 포함된 케이블 자산의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스트리밍 부문과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의 데이브 헤거 애널리스트는 "케이블 중심 매출 구조가 투자심리와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잠재 인수 후보로는 NBC유니버설을 소유한 컴캐스트가 거론되고 있다. 리서치 업체 포레스터 리서치의 마이크 프루 부사장은 "이번 매각은 미디어 시장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스카이댄스 같은 대형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넓히면 콘텐츠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가 주주에게는 이익일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더 나은 품질과 낮은 가격으로 혜택을 얻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번 매각의 향방과 인수 주체가 향후 미디어 산업의 균형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 논의가 단순히 한 기업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미국 미디어 산업 전반의 재편 흐름을 상징한다고 보고 있다. 전통 방송과 스트리밍 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에 뒤처진 케이블 채널들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 역시 시청률 저하와 광고 매출 감소로 고전하면서,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내에서도 수익성 논쟁의 중심에 서 왔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CBS를 거느린 파라마운트가 CNN을 인수할 경우, 미국 내 주요 뉴스 네트워크 두 곳이 한 재벌 그룹 아래 편입되기 때문이다. 언론 다양성 축소와 편집권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일각에서는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과 스트리밍 경쟁력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현실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