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된 다카이치 사나에가 향후 펼칠 정책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경제 분야에서는 확장 재정과 완화적 금융정책을,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강한 일본'을 기조로 방위력 강화 등에 힘쓸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온 만큼 한일 관계에 상당한 격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 ./연합뉴스

2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는 이날 임시국회 중의원(하원) 본회의 내 총리 지명선거 투표와 참의원(상원)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해 총리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은 다카이치 내각 각료 명단을 발표하게 되며 저녁 중 내각은 정식 출범하게 된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경제적 정책을 계승하면서 강경 보수 이념을 선명히 드러내왔다. ▲대담한 금융정책 ▲신속한 재정정책 ▲신성장전략 등을 내세운 자신의 경제 정책 패키지에 대해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사나에노믹스'로 명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 때에는 후보 5명 중 유일하게 적자 국재 발행도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내비치는가 하면, ▲지자체 대상 중점 지원 교부금 확충 ▲휘발유 잠정세율 폐지 ▲세액 공제 신설 등 재원 소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4일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재정정책이든 금융정책이든 책임을 지는 것은 정부"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다카이치 선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아소 다로 부총재나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모두 재무상 경험이 있어 재정 건전성이 우선 고려될 수 있다는 점, 과거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던 아베 정부 때와 달리 현재는 고물가가 최대 화두인 점을 감안하면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교 및 안보와 관련해서는 '강한 일본'을 주장해온 만큼, 우경화된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자위대 명기 ▲스파이방지법 제정 ▲외국인 불법 체류자 대책 등 우익 성향의 공약을 대거 내걸었다.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 행사에 차관급 대신 장관급을 참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 봄과 가을 예대제(例大祭·매년 신사에서 정기 개최되는 참배 행사)와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마다 정기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다만 취임 직전 지난 17~19일 진행된 야스쿠니신사 가을 예대제 기간에는 참배를 하지 않고 공물 대금만 봉납했는데,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일단 논란을 피하고자 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온건한 행보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연정에서 빠지고 우익 정당인 일본유신회가 새 연립 파트너가 됐기 때문이다. 일본유신회는 ▲헌법 제9조 개정에 관한 양당 협의회 설치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 ▲방위장비 수출 제한 규정 대폭 완화 등을 자민당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헌법 제9조는 평화 헌법 핵심 내용으로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 교전권 부인 내용을 골자로 한다. 3대 안보 문서는 2022년 만들어졌으며 방위력 강화 방침이 담겼다.

향후 한일관계에 변동이 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역사 인식이 비교적 온건한 편으로 분류되는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도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더 강경한 발언을 일삼았던 만큼 양국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일본 내 보수층 결집 수단이라는 점에서 불시에 신사 참배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전 내각에서 재개한 '셔틀 외교'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지난 6월 취임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전 총리와 지난달까지 세 차례 회담, 양국 공통 과제에 함께 대처해나갈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회담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일본이 연내 개최를 추진해 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수도 있으나, 정상회의 일정은 아직 구체화된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