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114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절도 사건을 당하면서, 도난된 유물들이 흘러들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암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에 도난된 전시품들이 암시장에서 비교적 쉽게 거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22년 1월 6일(현지 시각) 촬영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내 왕실 보물이 보관된 황금방. 지난 19일 4명의 도둑이 이 방의 창문을 통해 침입해 프랑스 왕실 보물을 훔쳐갔다. / UPI=연합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절도범들이 프랑스 왕실의 보석 8점을 훔쳐 간 뒤, 이들이 암시장에 흘러들기 전에 추적이 시작됐다"며 "가장 큰 우려는 이 역사적 유물이 해체되어 부품 단위로 판매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19일 오전 9시30분, 4인조 도둑이 전기톱으로 창문을 부수고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해 7분 만에 범행을 끝냈다. 이들은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브로치, 그리고 18세기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와 관련된 사파이어 목걸이 등을 훔쳐 갔다.

'루브르의 모험 : 세계 최대 박물관과 사랑에 빠지는 법' 저자인 렐레인 스코리노 전 뉴욕타임스(NYT) 파리 지국장은 BBC에 "그 보석들은 분해될 수도 있고, 잘려 나갈 수도 있으며, 암시장에서 팔릴 수도 있다"면서 "현재의 형태 그대로 모두 회수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도난 예술품의 국제 암거래 시장은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암시장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인도 델리의 다이아몬드 세공소부터 뉴욕, 앤트워프, 텔아비브의 보석상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로 뻗어 있다.

피카소의 그림이나 롤렉스 시계와 달리, 도난당한 보석은 장식에서 분리하거나 금 장식을 녹여 금속과 보석 자체의 가치로 판매할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보석이 해체될 경우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priceless) 유산'으로서의 의미는 사라지겠지만, 천연 보석의 품질에 따라 암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도난된 보석들은 19세기에 제작된 것이어서 추적이 어렵다. 예술품 회수 전문업체 아트 리커버리 인터내셔널의 설립자 크리스 마리넬로는 "최근 제작된 보석이나 인공 보석에는 미세한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지만, 오래된 보석에는 그런 식별 표식이 없다"며 "침대 밑에 피카소 그림을 숨기고 있다가 잡히는 것보다는, 금을 녹이고 보석을 분리해 재킷에 꿰맨 뒤 수상한 보석상에게 가져가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범죄 수익이 거래되는 암시장의 특성상 범인들이 큰 이익을 얻기는 어렵지만, 암시장에서 보석은 예술품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훔친 예술품은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만, 보석 유물에는 이러한 관리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보석 절도는 폭력 범죄에 비해 처벌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최근 들어 미술품보다 비교적 쉽게 처분할 수 있는 보석류 도난 사건이 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파리 자연사박물관에서 약 60만 유로 상당의 광물 원석이 도난당했는데, 이 역시 암시장에서 거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보석상 '77 다이아몬즈'의 토비아스 코민드 대표는 "금값이 지난 1년 동안 60% 상승하면서, 박물관의 금이나 반짝이는 물건을 훔치려는 유혹이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루브르 박물관 절도범들이 초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난품 중 외제니 황후의 왕관은 현장 인근에서 깨진 채 발견됐으며, 도둑들이 도주 중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예술 범죄 수사 경력이 있는 사설 탐정 앤서니 로만은 "그렇게 가치 있는 왕관을 버리고 간 것을 보면,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