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에서 수주간 이어진 청년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결국 정권 붕괴로 이어졌다. 의회가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키자 군부가 즉각 권력 장악을 선언한 것이다.

14일(현지 시각)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에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자들. /AP=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랜드리아니리나 대령은 국영 TV를 통해 "우리가 권력을 잡았다"며 상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고등법원 등 주요 기관의 활동을 전면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군이 이끄는 과도위원회가 최대 2년 동안 통치하며 새 헌법을 제정하고 국민투표와 선거를 통해 새 제도를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는 발표 직후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환호했고, 군 트럭 위에서 병사들과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목격됐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통금령을 내리고 보안군에 강경 진압을 지시했지만, 핵심 정예부대가 명령을 거부하고 시위대에 합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부대는 2009년 그를 권좌에 올린 주역이었지만 이번엔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군부는 대통령이 하원을 해산하려 하자 "헌법 질서가 무너졌다"고 주장하며 정권 장악을 선언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명백한 쿠데타 시도"라며 반발했으나 이미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한 상태였다. 그는 페이스북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밝혔으며, 현지 언론은 그가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로 떠났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관련 여부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다가스카르 청년층의 분노는 지난 9월 말부터 끓기 시작했다. 수도 전역에서 단수와 정전이 잦아지자 시민들은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며 거리로 나섰고, 시위는 곧 부패와 빈곤, 생활고, 일자리 부족 등으로 번졌다. 마다가스카르 인구의 3분의 1만이 전기를 사용하며 하루 8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지는 현실이 불만의 도화선이 됐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젊은이 다수가 비공식 일자리에 묶여 있으며, 교육과 훈련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시위대는 마다가스카르어로 번역된 만화 '원피스' 해적기를 흔들며 "Z세대가 나라를 바꾼다"고 외쳤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군부의 발표 직후 수도에는 환호가 퍼졌으며 "군의 점령을 거부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엔은 젊은 층의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이 수치를 부인했지만,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과 군이 충돌하며 긴장이 높아졌다. 지난 11일에는 정예부대 소속 병사 한 명이 헌병대와의 교전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의 명령은 부패한 체제 유지에 불과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시위로 권력에서 물러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09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후 2014년까지 과도정부를 이끌었고, 2019년 대선에서 복귀했다. 2023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부패와 경제난,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지지율은 급락했다. 그는 스스로를 "개혁주의자"라고 주장했지만 국민 다수는 오히려 부패가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청년층이 주도한 이번 시위는 케냐, 인도네시아, 페루, 네팔 등에서 이어진 'Z세대 반란'의 또 다른 사례로 평가된다.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서 청년층이 고용 불안과 정치 부패에 저항하며 거리로 나서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군부는 "헌법 질서 회복과 제도 개혁을 위한 과도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국제사회는 사실상 쿠데타로 규정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는 이미 군 트럭이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있으며, 군인들이 정부 청사와 방송국을 장악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전히 "라조엘리나는 합법적 지도자이며 군의 행동은 불법적인 권력 탈취"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