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한 이민자 단속을 실시 중인 가운데, 미국 내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경제학자들은 추방 강화가 장기적으로 송금을 줄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역으로 송금액은 크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

3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내 이민자들은 추방 가능성이 커지면서 본국으로의 송금액을 늘리고 있다. 올해까지 미국으로부터 중남미 국가로 송금된 금액은 약 1610억달러(약 2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지난해 대비 8% 이상 증가한 규모로 집계된다.

중남미 전체적으로 보면 멕시코로의 송금은 둔화된 반면, 아이티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소규모 국가로의 송금은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두라스의 경우 올 1~8월 송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며 큰 상승폭을 보였는데, 이는 본국으로의 추방 상황을 고려한 예방적 차원의 송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금 증가는 현지 가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두라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미국발 송금액 중 은행 계좌에 저축되는 비율은 작년 말 20%에서 올해 상반기 30%까지 치솟았다. 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 가족들은 이 돈을 주로 식료품, 의료비, 교육비에 사용하며 일부는 주택 개·보수나 소규모 창업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온두라스 현지 은행들은 달러 계좌 개설, 송금 플랫폼 확대로 수혜를 입고 있으며, 일부는 송금자를 대상으로 가전제품이나 대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도 나선 상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 단속 강화와 불법 체류자 단속 인력 충원에 1500억달러 이상을 투입, 경찰에게는 체포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이민자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민 정책을 이끌고 있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연방 부동산을 관리하는 연방조달청(GSA)에 접촉, 1만명 이상의 신규 직원을 수용하기 위해 전국에 약 300개의 사무실 공간을 요청했다. ICE 전·현직 요원들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에는 하루에 최소 3000명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들어 첫 100일간 하루 평균 체포자 수(665명)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최근 ICE의 추방 속도는 과거 행정부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는 정도이나,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이민자들의 불안 심리는 당분간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송금은 급증하는 흐름을 보였다"면서도 "정치적 변화나 경기 상황에 따라 (송금액은) 언제든 감소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