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을 거듭하면서 결국 화이자가 미국 내 판매하는 의약품의 가격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제약사들이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회동, 함께 개최한 브리핑에서 화이자가 앞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모든 신약을 '최혜국 대우(MFN) 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외의 선진국에 적용하는 가격 중 최저가로 판매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화이자는 현재 통용되는 가장 인기 있는 약 가격을 50% 이상 큰 폭으로 인하하는 데 동의했다. 또 미국에서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700억달러(약 98조원)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화이자가 미국에 투자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의약품 관세를 3년 유예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본질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내는 가격을 낼 것인데 그건 훨씬 낮다"며 "세계는 (가격이) 약간 오르겠지만 우리는 엄청나게 내려올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라 CEO를 향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 관세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31일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서한을 발송, 60일 내로 미국 내 약값을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제약사와도 유사한 합의를 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데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쓰지만, 약을 미국에서만 비싸게 팔고 외국에서는 싸게 팔다 보니 사실상 미국이 다른 나라의 약값을 보조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지난 5월에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에서 제약사가 받는 약값을 인위적으로 불공정하게 억제한 사례는 없는지 조사를 주문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약사들이 다른 나라에서 약값을 올려 손실을 메우게 할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선임고문이자 이번 합의 설계 실무를 맡은 크리스 클롬프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상무부와 USTR의 동료들이 다른 나라들이 기존 의약품에 대해 돈을 더 내도록 장려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그 돈의 일부는 추가 연구개발 자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라 CEO도 "수년간 다른 부유한 국가들은 의료 혁신에 대한 공정한 몫을 부담하기를 거부했다"며 "그 결과로 미국인들은 불균형한 비용 부담을 어깨에 져야 했다"고 발언, 트럼프 대통령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