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방선거에서 약진하며 기존 정치권에 충격을 던졌다. 이번 선거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사회민주당(SPD) 연정의 첫 시험대로 여겨졌던 만큼, AfD의 성적은 독일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AfD는 이번 선거에서 14.5%를 득표해 2020년의 5%보다 세 배 가까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이는 2월 연방선거에서 기록한 21%에는 못 미쳤지만, 동독 지역을 넘어 서부 산업 중심지인 루르 지역에서 노동계층의 표심을 파고든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루르는 이민자 유입이 많고 철강업 쇠퇴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역으로, AfD는 전통적으로 SPD가 강세를 보이던 겔젠키르헨 지역에서 30%에 가까운 지지를 확보해 결선에 진출했고, 독일 철강 기업 티센크루프 본사가 있는 뒤스부르크에서도 약 2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SPD는 이번 선거에서 22% 득표에 그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녹색당도 13.5%로, 2020년 대비 6.5%포인트(p) 하락했다. 베르벨 바스 SPD 공동대표 겸 노동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하락세를 막을 수 없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반면 CDU는 33%를 득표하며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켰으나, 2020년보다 1%p 낮은 성적이었다. 헨드릭 뷔스트 NRW 주지사는 "유권자들의 신뢰에 감사하다"면서도 AfD의 약진이 "이민과 복지 문제에 대해 중도 정당들이 답하지 못한 점을 드러냈다"고 했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1조유로 규모의 국방·사회 인프라 투자 계획과 복지 개혁을 약속했지만, 유권자들의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특히 근로자들이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손보려는 구상은 연정 내부 갈등과 야당의 반발 속에서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AfD가 더 이상 동부 지역에 국한된 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서부의 산업도시에서까지 극우 정당이 지지를 넓히면서 독일 정치권은 경제 침체와 이민 문제 해결을 둘러싼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선거가 단순한 지역 결과를 넘어 메르츠 연정의 내부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면서 "AfD의 약진이 독일 연방정치 전체의 균형을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